"신용위기가 美경제 위협… 선제적 방어"

내달 18일 0.5%p이상 인하 확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이에따라 다음 달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이상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버냉키 의장은 14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FRB는 미국의 경제성장을 지탱하고 경기의 하강 위험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시의적절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하를 강력히 시사했다.

이에따라 FRB는 다음 달 18일 열리는 FOMC에서도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지속할 것으로 관측된다.이날 선물시장에서는 FRB가 FOMC에서 현 연 3.0%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확률이 78% 반영돼 선물가격이 형성됐다.0.75%포인트 내릴 확률도 22% 반영됐다.

그러나 인플레 우려감이 고개를 들면서 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15일 발표된 1월 미국 수입물가지수는 에너지와 식료품가격 상승여파로 전월보다 1.7% 올라 0.4%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월가의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버냉키 의장은 인플레 보다는 경기하강을 더 걱정하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경제 전망이 악화돼 왔고 하강 위험도 증가해 왔다"며 "특히 신용위기가 경제성장을 제한하는 근본 원인으로 계속해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없는 신용위기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음을 적시한 셈이다.

버냉키 의장의 경제에 대한 시각이 이전에 비해 다소 부정적으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를 인정하는데까지 나간 건 아니다.그는 "미 경제는 한동안 부진한 성장을 이어 가겠지만 FRB의 금리인하와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반영되면서 하반기부터 다소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결국 "경기침체는 모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버냉키 의장의 진단이다.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경기진단은 이날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175.26포인트(1.40%) 하락했다.역(逆)버냉키 효과가 초래된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정하면서도 하반기에 경제가 나아질 것임을 예상해 월가에서 일고 있는 '하반기 경기회복론'에 힘을 실어줬다.이에따라 1월 소매 매출이 예상외로 증가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듯이 다소 호전된 경제지표가 발표될 경우 투자심리는 호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