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빛나는 보물들엔 저마다 슬프고 아름다운 전설이 깃들어 있다.소유하는 사람들의 애착이 담겨 전해 내려오기 때문일 것이다.

다이아몬드가 그렇다.세상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는 보석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비극을 잉태하는 영물(靈物)로 여겨지기도 한다.

일명 '호프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파란색의 저주받은 다이아몬드가 대표적이다.보석 중개상인 타베르니에가 발견한 112캐럿의 매혹적인 푸른 광채를 띤 이 다이아몬드는 '고귀하고 푸른 다이아몬드' 또는 '푸른 타베르니에'라고 불렸다.

이 다이아몬드는 처음 프랑스의 루이 14세에게 팔렸다.이후 루이 16세가 이를 황금 양털 위에 박아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선물했는데 왕비가 혁명의 희생물로 사라지면서 함께 자취를 감췄다.

1830년 이 문제의 보석이 67캐럿으로 재가공돼 경매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 런던의 은행가인 호프의 품에 안겼다.'호프 다이아몬드'는 이후 뉴욕의 한 보석상 금고로,러시아 왕실로,터키 술탄의 보물 창고 속으로 떠돌았다.하나같이 주인들은 비극적인 운명을 맞았다고 한다.

현재 이 보석은 1947년 유명한 보석상 해리 윈스턴이 구입,10년 정도 소장하다가 1958년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기증해 일반인에게 전시되고 있다.

오늘날 다이아몬드 반지가 부를 상징하듯,그 옛날에도 보석은 인간의 운명을 바꿀 만큼 놀라운 힘을 지닌 것으로 여겨졌다.

'호프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운 푸른 빛깔은 '저주'만큼이나 이 보석을 유명하게 만들었다.보통 유색 다이아몬드는 희소성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데 뚜렷하게 구분되는 색상을 가진 유색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빨간색 다이아몬드나 초록색 다이아몬드는 1캐럿이 넘는 경우가 매우 드물 뿐더러 있다고 한다면 값을 따지기 어렵다.분홍색 다이아몬드나 푸른색이 그 다음이고,노란색이 가장 흔하다.이 유색 다이아몬드는 희소성과 세계 몇몇 수집가들의 애착 때문에 가격이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다이아몬드의 무게 단위는 캐럿(Carat)이다.0.20g인 1캐럿은 일정한 무게를 보존하던 상록수 씨앗에서 유추된 아주 오래된 측정 단위다.보석이 크면 클수록 캐럿의 가치는 올라가고 공급과 수요도 희박해진다.

무게가 중요하다보니 보석 가공사들은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놓고 언제나 고민에 빠진다.보기 싫은 흠이나 불순물을 제거하자니 무게가 줄고,무게를 보존하자니 광채나 아름다움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쩌랴.이러한 딜레마는 보석이 인공적인 생산물이 아닌 자연의 창조물이기에 변함없이 계속될 것이다.

홍성민 보석디자이너 ejoqueH@jewelbutt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