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는 그만두고 중계나 하라." 맞는 날보다 틀리는 날이 많은 듯한 기상청 일기예보에 지친 사람들의 볼멘소리다.

온종일 큰 눈이 내릴 것이라던 날에 해가 쨍쨍하고 '바깥활동 최적'이라던 날에 장대비가 쏟아져 애써 세운 계획을 망치기 일쑤니 이런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툭하면 예측을 빗나가는 게 날씨뿐이랴.간혹 어긋나는 게 있긴 해도 대부분 예상하고 주도하는대로 움직이던 예전과 달리 오늘날엔 미처 짐작하지 못한 바람이 불어닥쳐 일을 그르치거나 사태의 방향을 엉뚱하게 돌려놓는 일이 흔하다.

역풍(逆風),곧 거꾸로 부는 바람이 잦아진 셈이다.

역풍의 뜻과 유래는 두 가지다.하나(blow back)는 일방통행식 사고와 행동이 의외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군사력을 앞세운 개입주의 외교정책이 뜻밖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의 미(美) 중앙정보국(CIA) 내부 용어였으나 외교정책 전문가 차머스 존슨이 같은 이름의 저서를 펴내면서 일반화됐다고 한다.

국내에선 2004년 한나라당의 17대 총선 참패가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역풍' 때문으로 분석되면서 쓰이기 시작했는데 최근 부쩍 눈에 띈다.

인수위의 영어 몰입교육 방안에 대한 논란 및 숭례문을 국민성금으로 복원하자고 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친 것 모두 예상 밖 역풍이라는 얘기다.

다른 하나는 항해 용어에서 나왔다는 맞바람(headwind)이다.경제계에서 사용된 건 앨런 그린스펀 전(前)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991년 침체 일로에 놓인 미국의 경제 상황을 빗대 말한 이후라는데 근래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걸핏하면 입에 올린다는 소식이다.

엄밀히 따지면 차이가 있지만 정상적인 흐름 내지 순항을 가로막는다는 바람이라는 뜻에선 둘이 크게 다르지 않다.양쪽 다 예측하기 힘든 불가항력적 상황이라지만 실은 세태 변화에 대한 점검이 부족했는지 모른다.

무슨 일이건 역풍 탓만 할 게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배제하진 않았는지 좀더 꼼꼼히 살필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