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14일 화재로 붕괴된 숭례문의 훼손 부재 및 폐자재의 현장 방출을 중단키로 했다.아울러 엄격한 선별작업을 통해 재사용 및 보존 여부를 결정한 뒤 활용가치가 전혀 없는 부재만 일부 현장에서 반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잔해 처리를 하면서 훼손 부재를 대책 없이 폐기처분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다.전문가들은 화재 현장에 남은 잔해들을 매우 신중하게 처리해야 하며 사용할 수 없는 부재도 문화재라는 생각으로 철저히 보존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건축 전문가인 윤홍로 문화재위원은 "작은 부재 하나도 신중하게 반출되도록 하고 있다"며 "불 탄 부재도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만큼 소중히 보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 있는 부재 중 쓸 수 있는 부재는 활용하고 그렇지 않은 부재도 박물관 등에 전시해 교육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문화재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김홍식 명지대 교수(문화재위원)도 "발 빠른 사고 수습을 위해 훼손된 부재를 '흉물'을 치우듯이 처리해선 안 된다"며 "전통 건축물이 화재를 만났을 때 어떤 부재가 어떠한 피해를 얼마나 보고,어느 방향으로 붕괴되는지 등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 기록에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목재 전문가인 박원규 충북대 교수는 "이미 숯으로 변한 목재라도 연륜연대 측정이 가능하므로 성분과 연대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지적이 잇따르자 현장 정리 과정에서 훼손된 부재 일부를 외부로 반출하던 문화재청은 이날부터 폐자재의 현장 방출을 중지키로 했다.문화재청은 "현장에 문화재위원과 문화재청 직원을 고정 배치해 반출을 차단하고 있다"며 "훼손 부재 수거 및 선별 작업을 더욱 신중하고 엄격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습된 부재는 장력 검사 등을 통해 재사용 여부를 신중하게 가리고 재사용할 수 없는 부재는 별도의 보관 장소를 정해 향후 전시ㆍ학술연구 목적으로 적극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