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지역구 텃밭을 만들겠다."

4·9 총선전이 본격화하면서 여야 할 것없이 각 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지역구 출마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총 56명 중 출사표를 던진 의원은 69.6%인 39명에 이른다.

출마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전문성을 인정받았거나 직능대표 등의 자격으로 정치무대에 데뷔한 이들은 전국구 재선불가 원칙에 따라 일제히 지역구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기존 지역구 의원들과 사활을 건 '공천혈투'를 벌여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같은 비례대표 의원과 치열한 백병전을 치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나라당은 비례대표가 총 21명인데 76.1%인 16명이 지역구 공천신청서를 제출했다.같은 비례대표인 나경원 의원(당 대변인)과 이계경 의원은 서울 송파병 지역구 공천을 놓고 생존경쟁을 맞게 됐다.

박근혜 전 대표 시절 당 대변인을 맡았던 전여옥 의원은 서울 영등포갑에서 고진화 의원과 겨룬다.황진하 의원 역시 경기 파주에서 3선의 백전노장인 이재창 의원에게 결투장을 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박 전 대표 측 비례대표들과 당내 지역구 의원 간 공천싸움 결과도 관심이다.이 당선인의 경제참모인 윤건영 의원은 친 박계인 한선교 의원의 지역구인 용인을에 공천을 신청했다.

또 친 이계인 이성구 의원도 친 박계인 이혜훈 의원의 지역구인 서초갑을 전장으로 골랐다.반대로 친 박측인 서상기 의원은 친 이 성향의 안택수 의원 지역구인 대구 북을에서 공천을 다툰다.

경북 경산이 고향인 송영선 의원은 안양 동안갑,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정무분과 간사인 진수희 의원은 성동갑을 선택했다.


통합민주당도 27명의 비례대표 의원들 가운데 55.5%인 15명이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이다.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측근으로 경희대 부총장 출신인 박명광 최고위원은 서울 동대문갑에서 재선의 같은 당 김희선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선 당시 전략기획위원장이었던 민병두 의원은 이명박 당선인 측근인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의 '아성'인 서울 동대문을에서 표밭갈이에 한창이다.

김재홍 의원은 한병도 의원 지역구인 전북 익산갑에,장복심 의원은 서갑원 의원의 전남 순천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여서 당내 지역구 대 비례대표 간 현역 공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김영주 의원과 김영대 의원은 한나라당 고진화,전여옥 의원이 공천다툼을 하고 있는 서울 영등포갑 출전을 위해 1차 관문에서 격돌한다.

대선 때 선대위 대변인을 맡았던 김현미 의원은 당초 출마를 검토해 왔던 고양 일산을과 고향인 전북 정읍 사이에서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불모지인 부산 북ㆍ강서을에서 준비해 온 윤원호 의원과 박영선 서혜석 장향숙 김종인 손봉숙 이승희 김송자 의원도 지역구 출마여부를 놓고 막바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에서는 비례대표 8명 모두가 지역구에 나간다.임시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천영세 의원이 대전 대덕에,심상정 전 비대위 대표가 경기 고양 덕양갑에 도전장을 냈다.

노회찬(서울 노원병),단병호(포항 남ㆍ울릉),이영순(울산 남구 갑) 의원 등도 지역구에서 표밭 관리에 바쁘다.

다만 최근의 분당사태는 의원들의 총선 출마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심 의원과 노 의원 등이 탈당해 새로운 당을 만들 경우 비례대표로 전국을 누빌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홍열/강동균/노경목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