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호 < 고려대 언론학부 초빙교수 >

오는 7월7일부터 사흘 동안 세계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이 열리는 일본 홋카이도 도야코(洞爺湖)에 다녀왔다.유명한 온천 휴양지인 도야는 지금 온통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경(雪景)속에 낙원에 와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 만큼 평화로웠다.그곳 호텔이나 관공서 혹은 상가에 나부끼는 깃발이나 선전 팸플릿,각국 국기에 아직은 태극기가 포함돼 있지 않지만 한국의 이명박 당선인도 참석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깊은 관심들을 표시하고 있었다.이는 일본정부가 이번 G8 정상회담에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지역의 인도네시아와 호주 등 주요국 정상을 초청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G8 정상회담에는 3년 전부터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 정상들이 추가로 참석해왔다.

경제 규모로나 한국이 차지하고 있는 국제적 위상으로 보아 한국이 G8회담에 참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그렇게 돼야 한다.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세계경제와 금융현안,그리고 지구온난화 문제 등 굵직한 이슈들이 논의될 예정이어서 더욱 그렇다.

또한 25일 취임하는 이 당선인은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인접 강대국들과 적극적인 외교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어 도야 정상회담이 좋은 외교무대가 될 수 있다.마침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한국의 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답방도 필요하다.그리고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과도 조속히 회담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ㆍ중ㆍ일 정상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은 이제 중국과 함께 G8 정상회담 고정 참석멤버에 포함돼야 한다.물론 G8+5,G8+8 등 확대회의 결정은 G8회원국의 고유 권한이지만 아시아 주요 3국에서 한국만 빠진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국의 참여는 필수적이다.그러한 점에서 우리 외교진의 역량집중이 필요한 때다.G8회원국은 이명박 당선인이 앞으로 전개할 정상외교의 핵심대상 국가들이고 거기에 추가되는 확대회의 참여국가들도 중요한 외교적 파트너들이다.한국이 도야 정상회담에 참석할 경우 2009년 개최국인 이탈리아와 2010년 개최국인 캐나다가 한국을 제외시킬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이번 참석은 자연스레 한국의 고정 참여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도야에 가게 되면 G8 정상회담,주요 회원국과의 개별 정상회담,한ㆍ중ㆍ일 정상회담 등 여러 형태의 다각외교 추진이 가능하다.북한핵문제 등 당면 현안들과 관련해서도 릴레이 정상회담을 가질 수 있다.도야 거리의 간판들도 거의 모두가 일본어 및 영어와 함께 제3국으로서는 유일하게 한국어로 씌어 있다.이 당선인이 다른 정상들 앞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일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현재 주일대사로서 외교부 장관에 내정돼 있는 유명환 대사도 설날 연휴를 이용해 도야 현지를 방문,정상회담 참석가능성에 대비한 준비작업을 했다.특히 일본기업인들은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일 경제협력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고 홋카이도 현지인들은 G8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인의 대거방문 등 관광붐이 일기를 바라고 있다.

무엇보다 이 당선인이 대통령으로서 정상회담에 참석하게 되면 여러나라 정상들이 단독회담을 연쇄적으로 신청해 올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조용하던 온천관광 휴양지가 올 여름에는 국제외교무대로 바뀐다는 기대가 벌써부터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