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의사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는 '둔감력'이란 저서에서 평소 무디고 둔한 사람들은 암 발병률이 낮고,어려서 고생한 사람은 다소 상한 음식을 먹어도 식중독에 덜 걸린다고 주장했다.

지나치게 깨끗한 환경이 되레 알레르기나 천식 등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위생가설'과 통하는 얘기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소아학 회의에서도 비슷한 이론이 발표됐다고 한다.아이를 알레르기에서 구하려면 좀 더럽게 키우라는 게 그것이다.

어린이 면역체계는 유아기에 이것저것 입에 집어넣고 흙장난도 치는 등 세균 및 박테리아에 노출되면서 강화되니 너무 깔끔 떨지 말라는 것이다.

먹거리 역시 이건 나쁘고 저건 위험하고 식으로 일일이 걱정하거나 피하지 말라는 조언도 나온 모양이다.

사사건건 신경을 곤두세우는 게 불량식품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미국 뉴욕에서 표본 가구를 둘로 나눠 한쪽은 항균비누,다른 쪽은 일반비누를 사용하게 한 결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과도한 관심이나 보호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건 신체에만 해당되는 것 같지 않다.

자리끼에 살얼음이 얼던 방에서 자란 이땅 대다수 중장년층이 알레르기는 물론 웬만한 시련에 끄떡 않는 반면 한겨울에도 반팔 차림 일쑤인 아파트에서 커온 자식 세대의 몸과 마음은 그렇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그저 오냐오냐 하며 어떻게든 아쉬운 것 없이 해주려 애쓴 부모 밑에서 성장한 이들의 경우 조금만 불편하고 마음에 안들어도 견디기 힘들어 하기 일쑤다.

기업의 입사 1년 이내 신입사원 퇴사 비율이 30.1%에 이르는 것도 어쩌면 낯설고 불편한 환경에 대한 알레르기와 무관하지 않을지 모른다.

사노라면 갑작스레 먼지를 뒤집어쓰고 진드기에 물리기도 한다.한번만 참아보면 별 탈 없이 넘어가는데 이전에 그런 적이 없는 경우 과민반응을 일으킨다.

자식의 알레르기를 막고 싶으면 행여 다칠까 벌벌 떨 게 아니라 궂은 일도 시키고 야단도 칠 일이다.너그러운 부모는 참을성 없는 자식을 만든다지 않는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