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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칼럼] 기러기 가족을 없애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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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일 < 서강대 경제대학원장·경제학 >

    2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던 날 아침,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들 녀석은 창밖으로 보이는 눈 덮인 팀파노고스 산을 보며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녀석의 그간 생활은 즐거웠다.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학교도 재미있게 다녔다.한국에 있을 땐 트럼핏의 음계조차 제대로 불지 못했는데 실기위주 수업 덕분에 재즈 반에 들어갈 정도로 실력이 향상됐다.그런데 남들은 다들 유학 오려 하는데 자신은 반대로 한국으로 돌아가 고등학교 과정을 마쳐야 한다는 내 말을 녀석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동안 주위 사람들이 조기 유학에 대해 조언을 구할 때마다 나는 신중론을 펼치며 사실상 조기 유학을 꺾는 방향으로 얘기했다.민감한 사춘기에 문화적 충격을 혼자 소화해야 하는 위험성,정체성의 혼란 등을 직접 목격한 사례를 들며 설명했다.정체성 형성에 고교 과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내 자식이 한국인으로 크기를 원했다.그래서 귀국하기 싫어하는 녀석을 미국 대학 진학 가능성을 열어놓고 달래서 데려왔다.

    그러나 지금 그 생각이 틀렸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정체성을 얻는 교육의 대가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녀석의 학교생활은 마치 지식로봇 제조공장처럼 머리를 열고 온갖 지식을 채워 넣기에 바쁜 나머지 사고의 여유조차 없는 것 같았다.그렇게 많던 친구도 없어졌다.대화를 즐기던 녀석이 언제부터인지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얼마전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자 아무 것도 없단다.충격이었다.

    자식을 통해 보는 우리 교육 현실은 너무 심각하다.수요자의 욕구와 관계없는 암기 위주의 많은 과목이 학생을 옥죄고 있다.창의성 개발 아닌 암기 경쟁이 아이들의 사고를 경직화시키고 있다.아이들은 글로벌시대를 향하고 있는데 시스템은 로컬시대에 머물러 있다.과거에는 학부를 국내에서 마치고 대학원을 외국으로 가려 했다면 이젠 학부부터 외국에서 시작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그럼에도 국내 고교 과정은 이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고 모든 것이 국내 위주로만 짜여 있다.그러니 국내에서 고교 과정을 다니면서 외국 대학을 가려면 정규 학교 교육 외에 사설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학생들은 한편으로는 내신에 신경 쓰랴 다른 한편으론 유학 준비하랴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다.

    새 정부에서 기러기가족 문제를 줄여보고자 영어교육을 개선하는 안을 내놓았으나 논란이 심하다.영어를 영어로 가르치자는 지극히 원론적인 방안조차 문제삼는 현실에서 기러기 가족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영어교육 개선뿐 아니라 그 이상 바뀌어야 한다.

    해결책의 본질은 우리 교육시스템을 글로벌 환경에 맞게 고치는데 있다.우리나라에서 정규 고교 과정을 마치면 국내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 대학이라도 갈 수 있도록 돼야 한다.이에 대해 고교 선생님들은 합리적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현재의 시스템에서 국민공통 교육과정의 필수 과목은 고교 1학년에서 끝나고 고교 2학년부터는 선택과목을 택하게 되므로 외국 유학을 준비할 수 있는 과목들을 몇 개만 더 교과과정에 추가하면 된다는 것이다.그러면 우선 학생들은 자신의 희망에 따라 선택할 자유가 생긴다.또한 선택과목의 확대는 사교육 수요를 줄이며 나아가 외국으로의 조기 유학 수요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그런데 일선학교에서 시행하고 싶어도 교육부에서 못하게 한단다.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이 한국인의 정체성만 고집하는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나 한국인의 정체성과 함께 세계인으로서의 보편성도 키울 수 있는 교육시스템에서 공부하길 원한다.새 정부에 꼭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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