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작가들의 작품값이 조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미술시장은 유례 없는 동반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 금융권의 유동자금이 미술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는 데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 경제개발국의 부호들이 새로운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과 미술시장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미술 경매시장 낙찰 총액은 소더비의 5조384억원을 비롯해 크리스티의 7조3827억원,중국 3조2000억원,일본 7000억원(추산),한국 2200억원 등 16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2006년에 비해 60% 늘어난 규모다.

상업화랑 거래까지 합하면 20조원 이상이 미술시장에 들어온 것으로 추산된다. 올 들어서도 경매시장으로 '뭉칫돈'이 계속 몰리고 있다.

지난 4,5일 런던 크리스티의 인상주의 작품 경매에서 유럽 최대의 낙찰실적(2300억원)을 기록했고 6,7일 각각 열린 전후·현대미술 경매에서도 1680억원의 미술품이 팔려나갔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세계 미술품 경매 거래총액은 20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고가 낙찰 행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미국의 대표적인 색면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의 '화이트센터'는 전후 미술품 사상 최고가인 673억원(7280만달러)에 팔렸다. 2006년 윌렘 드 쿠닝의 '무제' 2710만달러의 세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난 7일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1977년작 '트립티시'가 488억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경매시장에서 100만달러 이상에 낙찰된 작품만도 1000여점. 이는 전년의 800여점에 비해 2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새로 주목받는 아시아 미술시장은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더 한하이 등 200여개 경매회사를 통해 지난해 3조2000억원 상당의 작품이 거래됐다. 오는 8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올해 중국 미술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크다.

이학준 서울옥션 전무는 "미술품은 주식이나 채권처럼 적정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없지만 소장가치가 크기 때문에 대안투자로 각광받고 있다"며 "지난해 헤지펀드 상위 20여개 업체가 미술품 구입에 수 천억원을 투자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