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휴대폰과 만나 거대 시장을 형성한다.'모바일 인터넷'으로 불리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각국 정보기술(IT) 강자들이 각축을 벌이기 시작했다.인터넷 최강자인 구글,휴대폰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나섰다.1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2008'은 그 전초전인 셈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날 '최고경영자(CEO) 서밋' 기조 연설에서 "모바일이 인터넷으로 불리는 시대가 곧 온다"고 말했다.전 세계 IT업계 CEO들에게 던진 메시지다.'인터넷' 하면 떠오르는 PC가 이제 곧 휴대폰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언이다.

개막일 전일인 10일 열린 GSM협회 이사회에서도 화제는 단연 '모바일 인터넷'이었다.이사회 멤버인 글로벌 이동통신사 CEO들은 구글,애플,노키아 등이 밀어붙이는 모바일 인터넷 공세에 어떻게 대처할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했다.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이동통신이 인터넷을 만나 개방되기 시작하면 세계 통신시장이 격변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모바일 인터넷 '붐'은 구글,노키아,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주도하고 있다.구글은 전시장에 부스를 차리진 않았다.그러나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NEC,퀄컴 등이 구글이 제안한 모바일 플랫폼 '안드로이드'로 탑재한 '구글폰'의 시제품을 선보였다.구글폰이란 구글의 각종 인터넷 서비스에 최적화한 휴대폰이다.

노키아는 구글 검색엔진을 자사 휴대폰에 장착하기로 구글 측과 합의했다고 12일 밝혔다.우선 'N96''N78' 등의 모델에 적용하고 100여개 국가에서 40여개 언어로 된 구글 검색 휴대폰을 판매할 예정이다.노키아는 '셰어 온 오비(Share on Ovi)'라는 미디어 공유 서비스도 공개했다.이는 한두 차례 클릭으로 사진 동영상 등을 전송할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다.

MS는 영국 모바일 음악 업체인 옴니폰과 손잡고 디지털 음반 서비스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MS의 디지털 콘텐츠 접속 기술인 '플레이레디'를 옴니폰 모바일 음악 서비스 '뮤직스테이션'에 접목하기로 한 것.이에 따라 윈도 기반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요금을 한 번만 지불하면 뮤직스테이션의 음악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 인터넷이 뜨거운 관심을 끄는 것은 이통사,제조사,솔루션 업체 모두에 새로운 수익을 안겨줄 '기회'이면서 기존 텃밭마저 앗아갈 '위기'이기 때문이다.통신업체의 경우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자칫 초고속인터넷 망을 깔아놓고 인터넷 포털 사업자들에 시장을 넘겨줬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업체들은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에 필요한 스마트폰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인터넷이 PC 시장에 끼친 엄청난 변화가 모바일로 오면서 한 번 더 폭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스페인)=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