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이나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여성들이 급증하고 있다.

주위에서 아내나 자매가 이들 암으로 수술을 받았거나 대기 중이라는 얘기를 어렵잖게 접할 수 있다.이들 암은 사망률이나 치료 가능성으로 볼 때 위암 간암 폐암 대장암보다 악성도가 낮지만 조기검진확산과 진단기술 발전으로 의심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당사자와 가족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이에 따라 진짜 암도 아닌데 과잉 진료로 불필요한 사람까지 수술 대상에 오르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한다.


◆건강검진 보편화로 갑상선암 유방암 급증

갑상선암과 관련,국내에서 가장 많은 외래환자가 몰리고 수술 건수 역시 최다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의 경우 2004년 610명에 불과하던 갑상선암 수술환자가 지난해 1574명으로 늘었다.3년 만에 2.5배 수준으로 폭증했다.한국중앙암등록사업 결과를 보면 1999∼2001년 연평균 갑상선암 신규 발생자 수는 3499명(남 522명,여 2977명)수준이었으나 근래에는 연간 8000∼9000명 수준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병원 박정수 일반외과 교수는 "직장 건강검진이나 동네의원 초음파검사가 보편화된 게 가장 큰 이유"라며 "수술받은 1574명 중 86.9%는 아무 증상이 없었으나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진단된 경우"라고 소개했다.특히 경영위기에 몰린 동네의원이 고성능 초음파기기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0.5cm 이하의 작은 갑상선암을 잡아내는 발견율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유방암 환자는 한국유방암학회 조사 결과 1996년 3801명에서 2004년 9667명으로 8년 만에 2.5배 이상 늘었다.고지방식으로 인한 비만이 초경을 앞당기고 폐경을 늦추는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저출산,초산연령의 상승,모유수유 비율,과도한 음주,피임약 또는 여성호르몬제 투여 등도 간과할수 없는 요인이다.

정상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외과 교수는 "맘모그램(방사선 유방촬영)과 초음파검사의 보편화도 유방암 환자의 진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초기암인 0기,1기암의 비율이 1996년 23.8%에서 2004년 45.2%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같은 기간 조기 유방암의 하나인 유관상피내암(DCIS)의 진단비율은 전체 유방암의 4.2%에서 10%로 증가했고 평소 증상이 없다가 정기검진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6.3%에서 17.8%로 3배 가까이 늘었다.게다가 최근에는 맘모그램으로 판정하면 초기 유방암의 최대 30%를 놓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갑상선암 수술대상과 수술대기 장기화 우려

갑상선암 중 유두상암은 80∼90%,여포상암은 5∼10%를 차지한다.이들 분화암은 대부분 수술로 완치 가능하고 10년 이상 생존율이 90∼95%에 이르는 '온순한 암'이다.반면 1% 안팎을 차지하는 미분화암은 악성 정도가 심해 치사율이 높으므로 발견 직후 최대한 빨리 수술해야 한다.

유두상암 중 크기가 1㎝ 미만인 미세암은 '저위험군'으로서 과거에는 굳이 수술하지 않고 지켜보라는 게 세계보건기구(WHO)나 의학계의 주된 입장이었다.그러나 최근 분자생물학 연구가 발전하고 임상경험이 축적되면서 아무리 작은 미세암이라 할지라도 목에 있는 임파절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고 심한 경우 원격전이를 통해 인체 여러 곳에 퍼질 우려를 배제할수 없으므로 병의 진행 정도를 확인해 수술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견해가 바뀌었다.

그러나 유명 대학병원에는 수술 대기 환자가 8개월 이상 밀리는 등 환자들의 속이 터지고 있다.이에 대해 의사들은 갑상선암은 자라는 속도가 느려 6∼12개월 기다렸다 수술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일본에서 4년간 관찰할 결과 0.7㎝ 이하 암은 거의 자라지 않았고 0.8㎝ 이상 암도 12%만 사이즈가 커졌다는 게 이런 증거의 하나.그러나 불안한 환자의 마음을 살핀다면 다른 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쉬운 갑상선암 수술은 특정 대학병원 편중에서 벗어나 종합병원이나 중소 전문병원으로 분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방암보다 정확한 진단과 수술대상

문우경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서양 여성에게 흔한 지방형 유방암은 1㎝ 미만까지 맘모그램으로 발견할 수 있으나 한국 여성은 섬유유선조직이 많고 단단한 치밀형 유방암이 대다수여서 만져지지 않는 유방암의 10∼30%를 맘모그램으로 발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따라서 의사의 자의적 판단에 전적으로 의지하기보다 맘모그램에 컴퓨터진단 프로그램을 장착해 객관화함으로써 진단정확도를 96% 수준으로 높일 수 있으며 이럴 경우 유방암 환자 발견율은 20%가량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방암으로 확진되면 모든 경우에 수술이 권장된다.유방암 중 6∼20%는 덩어리가 작은 유관상피내암(DCIS)으로 이 중 60%는 자라지 않고 건강을 위협하지도 않지만 나머지 40%는 인접한 혈관이나 임파선을 통해 다른 장기와 조직으로 전이될 수 있다.진단정확도 향상으로 예전에는 모르고 지나갔을 DCIS 발견이 늘면서 만약의 위험을 위해 절제수술이 권고되고 있다.

문제는 맘모그램 초음파검사 촉진 조직검사 등에서 양성(良性)종양으로 의심되거나 확진된 경우다.양성 종양은 30대 이상 여성의 15∼20%에서 발견되며 대부분 악성으로 진행되지 않는다.그러나 경화성 선증,유관 유두종,상피증식증은 향후 악성종양이 될 위험도가 보통 양성종양의 1.5∼2배 수준이어서 지속적인 추적검사가 요구된다.이형성(비정형)유관증식증은 그 위험도가 4∼5배 수준으로 암이 될 가능성이 20∼50%에 달하므로 수술이 필요하다.이 밖에 암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은 비정형 유두종,비정형 소엽증식증,방사성반흔 등과 '0기 암' 또는 '암 전단계'로 간주되는 소엽상피내암 유관상피내암 등도 대체로 절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멍울이 단단하게 만져지는 섬유선종은 암이 될 확률이 0.1∼0.5%에 불과하므로 수술할 필요성이 작다.섬유선종은 젊은 여성에게 주로 발생하고 매끄러우며 잘 움직이는데 개인병원에서 만약을 우려해 맘모톰으로 절제할 것을 권하나 심사숙고할 일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