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만의 무대 긴장되네요"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통해 안방극장 나들이에 나섰던 뮤지컬 배우 김선경이 1년여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태왕사신기의 '연부인'에 이어 그가 맡은 역할은 뮤지컬 '맘마미아'의 미혼모 '도나'. 2004년 초연 당시 제작진으로부터 이 역을 제안받았지만 뮤지컬 '킹 앤 아이'에 출연하느라 아쉽게도 포기했던 작품이다.

"오랜만에 무대에 서니 좋기도 하지만 처음처럼 떨리고 긴장되네요.

이미 진행 중인 공연에 제가 늦게 합류하는 것이어서 부담이 큰 게 사실이예요."

작년 12월 샤롯데씨어터에서 개막한 '맘마미아'에는 최정원과 이재영에 이어 김선경이 합류하면서 세 명의 여배우가 도나 역을 번갈아 맡게 됐다.

더구나 전수경(타냐 역), 이경미(로지 역), 성기윤(샘 역), 박지일(빌리 역) 등 그와 호흡을 맞출 상대 배우들이 모두 초연 때부터 300회 이상 출연해온 '맘마미아'의 터줏대감들이어서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300-400회 출연한 분들을 좇아다니면서 제가 맞춰가야 하는 상황이라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제 스타일대로 무대에서 잘 놀아야죠 뭐. 하하."

대답에 이어지는 호탕한 웃음 소리에 시원시원한 그의 성격이 묻어난다.

올해로 데뷔 17년째인 김선경은 1991년 '사운드 오브 뮤직'을 시작으로 수많은 뮤지컬에서 주연을 도맡아 왔다.

외모만 보면 '새침떼기 공주과' 같지만 후배들이 '형'이라 부를 정도로 털털하고 중성적인 성격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이런 성격이 극 중 도나와 너무 닮아있다고 그는 말한다.

"솔직하고, 정 많고, 생활력 강한 모습이 저랑 비슷해요.

밖으로 보기에는 강해 보여도 여린 구석이 있는 것도요.

세 사람이 연기하는 도나는 정말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전 일부러 연기하지 않고 제 성격 그대로 내보이려구요."

'맘마미아'는 미혼모 '도나'와 20년간 단둘이 살아온 딸 '소피'가 결혼을 앞두고 아버지일 가능성이 있는 세 명의 남자를 결혼식에 초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김선경은 극 중 딸 소피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고 머리를 빗겨주면서 노래 부르는 장면을 가장 감동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정말 눈물나는 장면이예요.

아직 겪어 보지는 않았지만 옛날에 엄마도 나를 시집보낼 때 그랬겠지 하는 생각에 저절로 울컥하게 되더라구요."

드라마 '태왕사신기' 초반에 잠깐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올해에도 드라마를 몇 편 더 찍을 예정이다.

하지만 그가 처음 시작한 무대는 버릴 수 없는 고향 같은 곳이다.

"제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건 모든 출연진과 제작진이 한 식구처럼 생활하면서 작품을 만들어가기 때문이에요.

다음엔 무슨 역 맡고 싶냐구요? 거칠고 센 역을 너무 많이 해서 이젠 여린 역할 좀 해보고 싶네요.

하하."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hi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