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직장여성들이 때아닌 여드름으로 고심이 크다.처음에는 피로해서 한두 개 생기는가 보다 했더니 어느새 온 얼굴을 덮어 대인기피증까지 보일 정도라고 한다.

성인여드름은 사춘기에 생긴 여드름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청소년기에는 이마 코 등 이른바 'T자형 존'에 주로 분포하고 좁쌀 만한 구진 속에 여드름균이 2차적으로 증식해 염증을 일으키고 붉게 변하는 양상을 보인다.반면 성인여드름은 입주위 턱 턱선 등 'U자형 존'에 걸쳐 있고 청소년기 여드름의 특징과 함께 한 곳에 집중해 생기며, 깊은 화농이 박혀 색소침착이 심하고 한번 생긴 상처가 아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10여년 전에 비해 요즘 성인여드름이 증가하는 것에 대한 원인은 아직 분명치 않다.이상주 연세스타피부과 원장은 "미국 피부과학회지 올 1월호에 따르면 여성은 20대 중 50.9%,30대 중 35.2%에서, 남성은 20대 42.5%,30대 35.2%에서 여드름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고 국내에서는 성인 남녀의 약 20%에서 여드름이 생기는 것으로 추산된다"며 "스트레스,불규칙한 생활,빨라지는 화장연령,잦은 과음,과도한 면도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선 스트레스로 코티솔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면 피지 분비가 늘어난다.화장품으로 인한 트러블은 입 턱 턱선 주위에 주로 생긴다.헤어제품은 이마의 모공을 막아 종종 이마 근처에 여드름을 유발한다.면도로 피부각질을 과다하게 제거하면 눈에 띄지 않는 미세한 상처가 세균감염 또는 염증을 거쳐 여드름을 유발할 수 있다.탄수화물 지방질을 많이 섭취하면 여드름이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통계적인 유의성은 없다는 게 서양의학자들의 시각이다.알코올은 체내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지질 대사에 영향을 미쳐 피지분비를 촉진하고 여드름을 유발 또는 악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원인이야 어떻든 성인여드름 치료라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약물요법으로는 비타민A 유도체의 하나인 이소트레티노인과 항생제가 주가 된다.이소트레티노인은 과도한 피지 분비를 줄이는데 기형아 출산 우려가 있어 가임여성에게는 금물이며 청소년의 경우도 성장판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삼가는 게 좋다.항생제는 여드름균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데 많이 쓰면 위장장애와 내성문제가 유발되는 게 한계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게 화학박피술과 레이저치료다.이 원장은 "박피술은 각질층이 제거되면서 모낭이 열려 피지배출과 농포제거가 신속하지만 근본적인 여드름치료는 아니어서 효과가 짧고 재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레이저치료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여드름 치료용으로 승인받은 스무스빔 레이저가 최신형이다.이 레이저는 기존보다 더욱 길어진 1450nm 적외선 파장을 진피층 깊숙이 침투시켜 여드름균 제거,과도한 피지선 파괴,모공을 막는 비정상적 각질 정상화 등 1석3조의 효과를 발휘한다고 이 원장은 설명했다.

여드름 흉터는 얕은 경우에는 프락셀 레이저,깊게 파인 경우에는 흉터 부위에 자기 피를 주입한 뒤 레이저를 쏘여 새살이 차오르게 하는 바스티유 테크닉이 효과적이다.

재작년부터는 광역동치료(PDT)가 중증 성인 여드름의 중심 치료로 자리잡고 있다.한원석 모델로 피부과 원장은 2002년 진행된 243명의 여드름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임상시험 결과 77%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개선효과가 나타났고,이 중 78%가 12개월 동안 개선된 상태가 지속 유지됐다고 소개했다.또 전체의 절반 이상에서 100%에 가까운 개선효과가 나타났다.

이 치료는 여드름 유발세균이 만들어내는 포피린에 잘 반응하는 광감작물질인 델타-아미노레불린산(δ-ALA)을 1∼2시간 피부에 바른 뒤 L-1광원을 쪼여 피지선과 그 주변에 자리잡은 여드름 유발세균을 태워죽이는 방법이다.모공이 수축되고 잡티 주근깨 여드름홍반 등을 제거하는 효과도 나타난다.한 원장은 "심한 여드름도 3~4회 치료하면 1년 가까이 효과가 지속될 정도로 기존 치료보다 효과가 월등하다"고 말했다.또 광원을 블루라이트나 IPL로 바꾸면 건선 피부노화(잔주름) 등 다양한 피부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