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 듣는다] 유정상 굿모닝신한증권 상품운용총괄 본부장…'올인' 외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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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스승으로 유명한 벤자민 그레이엄은 투자자들의 두려움이나 욕심으로 인해 주가 왜곡이 나타난다고 믿었다.투자자들이 욕심을 너무 부려 주식시장에 낙관론이 넘쳐날 때는 주가가 과도하게 오르고,반대로 투자자들이 두려움이 휩싸여 비관론이 지배할 때는 주가가 심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내 1세대 펀드매니저인 유정상 굿모닝신한증권 상품운용총괄 본부장은 최근 국내 증시를 그레이엄의 명언으로 설명한다.지난해 말에는 모두들 올해 코스피지수가 2500선까지 간다고 하더니 최근에는 1500선으로 밀릴 수도 있다고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지적이다.특히 지난 1월 한 달에만 코스피지수가 14.4%나 빠지면서 투자심리는 극도로 불안해졌고 비관론만 난무한 결과다.
"지난 40년 동안 외환위기(IMF)와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연간 15% 가까이 하락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5년 상승장이 한 달 만에 무너진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두려움이 깔려 있죠.한두 달 사이에 펀더멘털이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과잉반응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유 본부장은 국내외 운용사에서 20년 이상의 운용 경력을 가진 국내 증시의 산증인이다.홍콩의 주피터애셋아시아에서 3년간 국내 투자를 담당한 이후 LG투신운용 CJ투신운용 우리투신운용 등을 거쳐 지난해까지 PCA투신운용 운용본부장을 역임했다.올해 증권사로 자리를 옮긴 유 본부장은 증권사 자기자본 운용을 총괄하고 있다.증권사는 처음이지만 상품운용 총괄은 주식뿐만 아니라 펀드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투자 경험을 쌓은 그의 노하우를 적용하기에 제격인 분야다.
유 본부장도 현 증시를 투자자의 두려움에 따른 과매도 상황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시장 전체를 보는 그의 시각은 일반 펀드매니저들과는 현저히 다르다.
투자자가 갖는 두려움의 근원은 무엇일까.단순한 시장 급락 때문은 아니라는 게 유 본부장의 분석이다."작년엔 아무 펀드나 들어도 높은 수익을 거뒀습니다.그래서 다들 주식이나 펀드 비중을 엄청 늘렸어요.하지만 단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올해 급락장을 경험하면서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이 있는 곳에 높은 리스크(위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펀드가 투자의 대세지만 펀드도 리스크가 큰 상품이라는 것을 모두들 망각하고 있었다는 것.욕심 때문에 너도 나도 리스크가 높은 상품에 올인하면서 두려움이 극대화됐다는 것이 유 본부장의 지적이다.
그는 "모두들 주식이나 펀드만을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는 오류에 빠져 있다"며 "욕심과 두려움 사이에서 방황을 끝내고 이번 급락장을 계기로 투자 대상을 다양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분산 투자의 의미를 피부로 느끼는 계기로 삼으라는 주문이다.대량 펀드 환매(펀드런)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투자 대상이 지나치게 주식이나 펀드에 몰려 있다는 점은 국내 투자문화가 아직 덜 성숙했다는 증거라고 꼬집는다.
주식형 펀드도 중국 펀드와 같이 리스크가 높은 펀드로 돈이 몰리는 것이 현실이다.하지만 지난해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다준 홍콩 시장은 올해 가장 낙폭이 컸다는 점도 엄연한 사실이다.그는 리스크가 높은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때는 다양한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이 기대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펀드뿐만 아니라 채권이나 파생상품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시기라고 단언했다.그는 우선 우량 회사가 발행하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투자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했다.CB나 BW는 안정적으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잘하면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개인투자자의 관심 밖이었던 채권도 이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그동안 채권형 펀드가 인기가 없었던 것은 대부분 국공채에 투자해 금리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은행의 자금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예금보다 메리트가 훨씬 큰 채권 상품이 속속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유 본부장은 물가연동채나 매칭형 신탁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귀띔했다.특히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금리가 연동되는 물가채가 유망할 것으로 예상했다.세금 혜택도 있어 장기투자자에겐 매우 유효한 투자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파생상품으로는 하방 리스크를 누군가에 떠넘기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추천했다.다만 비교적 리스크가 높은 투스타 ELS 상품만 인기라고 유 본부장은 지적했다.ELS 외에 환율과 채권 원자재 등에 연동되는 파생결합증권(DLS) 공모 상품도 대거 나올 예정이라며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때도 매매 습관을 바꾸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그는 반드시 '분할 매수,분할 매도'를 지키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도 저점을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란다.지수가 1500선에 머무를 때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기다리고 있다가 급반등하면 매수 타이밍을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무조건 세 번 정도 나눠서 사고,팔 때도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효과도 좋다고 한다.
"투자자들의 탐욕이나 두려움으로 주가 왜곡뿐만 아니라 투자 왜곡도 나타나는 거죠.이번 기회에 투자 대상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투자자는 더 이상 탐욕과 두려움 사이에서 고뇌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국내 1세대 펀드매니저인 유정상 굿모닝신한증권 상품운용총괄 본부장은 최근 국내 증시를 그레이엄의 명언으로 설명한다.지난해 말에는 모두들 올해 코스피지수가 2500선까지 간다고 하더니 최근에는 1500선으로 밀릴 수도 있다고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지적이다.특히 지난 1월 한 달에만 코스피지수가 14.4%나 빠지면서 투자심리는 극도로 불안해졌고 비관론만 난무한 결과다.
"지난 40년 동안 외환위기(IMF)와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연간 15% 가까이 하락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5년 상승장이 한 달 만에 무너진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두려움이 깔려 있죠.한두 달 사이에 펀더멘털이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 과잉반응하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유 본부장은 국내외 운용사에서 20년 이상의 운용 경력을 가진 국내 증시의 산증인이다.홍콩의 주피터애셋아시아에서 3년간 국내 투자를 담당한 이후 LG투신운용 CJ투신운용 우리투신운용 등을 거쳐 지난해까지 PCA투신운용 운용본부장을 역임했다.올해 증권사로 자리를 옮긴 유 본부장은 증권사 자기자본 운용을 총괄하고 있다.증권사는 처음이지만 상품운용 총괄은 주식뿐만 아니라 펀드 채권 파생상품 등 다양한 투자 경험을 쌓은 그의 노하우를 적용하기에 제격인 분야다.
유 본부장도 현 증시를 투자자의 두려움에 따른 과매도 상황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시장 전체를 보는 그의 시각은 일반 펀드매니저들과는 현저히 다르다.
투자자가 갖는 두려움의 근원은 무엇일까.단순한 시장 급락 때문은 아니라는 게 유 본부장의 분석이다."작년엔 아무 펀드나 들어도 높은 수익을 거뒀습니다.그래서 다들 주식이나 펀드 비중을 엄청 늘렸어요.하지만 단지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올해 급락장을 경험하면서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이 있는 곳에 높은 리스크(위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펀드가 투자의 대세지만 펀드도 리스크가 큰 상품이라는 것을 모두들 망각하고 있었다는 것.욕심 때문에 너도 나도 리스크가 높은 상품에 올인하면서 두려움이 극대화됐다는 것이 유 본부장의 지적이다.
그는 "모두들 주식이나 펀드만을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는 오류에 빠져 있다"며 "욕심과 두려움 사이에서 방황을 끝내고 이번 급락장을 계기로 투자 대상을 다양하게 가져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분산 투자의 의미를 피부로 느끼는 계기로 삼으라는 주문이다.대량 펀드 환매(펀드런)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투자 대상이 지나치게 주식이나 펀드에 몰려 있다는 점은 국내 투자문화가 아직 덜 성숙했다는 증거라고 꼬집는다.
주식형 펀드도 중국 펀드와 같이 리스크가 높은 펀드로 돈이 몰리는 것이 현실이다.하지만 지난해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다준 홍콩 시장은 올해 가장 낙폭이 컸다는 점도 엄연한 사실이다.그는 리스크가 높은 주식형 펀드에 가입할 때는 다양한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이 기대된다고 조언했다.
특히 펀드뿐만 아니라 채권이나 파생상품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시기라고 단언했다.그는 우선 우량 회사가 발행하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대한 투자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했다.CB나 BW는 안정적으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잘하면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개인투자자의 관심 밖이었던 채권도 이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그는 "그동안 채권형 펀드가 인기가 없었던 것은 대부분 국공채에 투자해 금리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은행의 자금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예금보다 메리트가 훨씬 큰 채권 상품이 속속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유 본부장은 물가연동채나 매칭형 신탁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귀띔했다.특히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금리가 연동되는 물가채가 유망할 것으로 예상했다.세금 혜택도 있어 장기투자자에겐 매우 유효한 투자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파생상품으로는 하방 리스크를 누군가에 떠넘기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추천했다.다만 비교적 리스크가 높은 투스타 ELS 상품만 인기라고 유 본부장은 지적했다.ELS 외에 환율과 채권 원자재 등에 연동되는 파생결합증권(DLS) 공모 상품도 대거 나올 예정이라며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말했다.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때도 매매 습관을 바꾸라는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그는 반드시 '분할 매수,분할 매도'를 지키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런 버핏도 저점을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란다.지수가 1500선에 머무를 때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기다리고 있다가 급반등하면 매수 타이밍을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무조건 세 번 정도 나눠서 사고,팔 때도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효과도 좋다고 한다.
"투자자들의 탐욕이나 두려움으로 주가 왜곡뿐만 아니라 투자 왜곡도 나타나는 거죠.이번 기회에 투자 대상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투자자는 더 이상 탐욕과 두려움 사이에서 고뇌할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