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분파 갈등으로 인한 민주노동당의 분열이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서면서 분당사태로 치닫고 있다.

민노당의 분당은 지난 대선의 패배 원인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표면적 이유지만 대북 문제를 둘러싼 진보세력 내 오랜 대립 구도가 근본 원인으로 분석된다.

민노당은 3일 서울 센트럴시티에서 임시 당대회를 열고 종북(從北)주의 청산과 '일심회'사건 관련자 제명을 골자로 하는 비상대책위의 당 혁신안을 부결시켰다.조승수 전 의원 등 일부가 탈당해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혁신안 통과를 주장하며 당대회 결과를 주시했던 평등파의 대거 탈당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를 점한 자주파 대의원들은 표결을 통해 혁신안에서 '편향적 친북행위에 대한 제재가 없어 친북정당의 이미지가 굳어졌다'는 내용을 삭제했다.당의 기밀을 북한에 유출한 최기영 전 사무부총장과 이정훈 전 중앙위원에 대한 제명 안건 역시 백지화했다.자주파 대의원들은 질의와 토론을 통해 "당원에 대한 처벌보다 국가보안법 철폐가 우선이다"며 평등파가 주축이 된 비대위 활동을 공격했다.

이에 평등파는 "스스로를 종북이 아니라고 하는 자주파는 정치사기꾼"이라는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9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혁신안이 부결되자 비대위를 이끈 심상정 의원은 회의 중간에 침통한 표정으로 대회장을 나갔으며 다른 평등파 당원도 뒤를 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비대위 해산에 따른 지도부의 공백과 평등파의 집단 탈당으로 이어지면서 민노당은 2000년 창당 이후 8년 만에 와해될 것으로 전망된다.심 의원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비대위 대표 사퇴를 포함한 거취를 밝힐 예정이며 노회찬 의원도 탈당을 시사했다.

평등파의 최대계파인 '전진'은 조만간 모임을 갖고 당을 나와 진보신당 추진에 동참할 예정이다.현재 민노당은 자주파가 다수지만 심상정 노회찬 단병호 의원 등 당의 '간판'인 평등파 의원들이 탈당할 경우 껍데기만 남게 된다.이 같은 상황은 자주파가 잔류한 민주노동당과 평등파의 진보신당을 중심으로 진보진영 전반이 양분되는 것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