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내비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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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야할지 가르쳐주고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으니 속도를 줄이라고 경고한다.목적지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고 톨게이트 비용도 미리 계산해준다.카메라 앞 감속만을 막기 위해 도입된 구간단속제에 대응,해당구간에 진입하면 평균속도를 뜻하는 'AVR'라는 문구를 띄워준다.
참 좋은 세상이다.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생전 가본 적 없는 낯선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지도와 표지판만 믿다 길을 잃고 고생할 일도,뻥 뚫린 길을 마음 놓고 달리다 과속단속 카메라에 찍혀 과태료를 물 일도 없다.꽉 막힌 도로에 선 채 언제쯤 도착할지 몰라 답답할 일도 적다.
이런 내비게이션도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난다.안내하려던 길과 다른 길로 접어들면 대뜸 '경로가 틀렸다'고 나오는 게 있는가 하면 '경로를 재탐색하겠다'는 것도 있다.갈림길에서 꺾어져야 할 방향을 지도와 음성으로 미리 안내해주는 것도 있고 근처까지 다 가서야 말해주는 통에 잘못 들어서기 딱 좋게 설정된 것도 있다.
같은 내용이지만 '틀렸다'고 하면 당황스럽다.비슷한 일이 몇 번 반복되면 뻔히 알던 길조차 '이게 아닌가' 싶어 기운이 빠진다.대신 '다시 찾아보겠다'고 하면 한결 마음이 놓인다.'다른 길이 나오면 그걸 따라가면 되겠지'라는 여유도 생긴다.정확한 지도 못지 않게 안내가 중요한 셈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부모는 자식,스승은 제자에게 내비게이션 역할을 할 수 있다.어디로 어떻게 가야 빨리 무사히 도착하는지 방법을 일러주는.문제는 제시한 길을 벗어났을 때의 태도다.좋은 안내자라면 안타깝더라도 '틀렸다'가 아니라 '재탐색해보자'며 용기를 준 뒤 새로운 길로 인도할 것이다.
졸업 철이다.원하던 대학과 직장에 들어간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해 풀 죽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뜻대로 안된 이들의 경우 힘겹겠지만 길은 하나가 아니다.단 상황이 나빠도 인생의 목표만은 확실히 세워둬야 한다.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표시해두면 도중에 되돌아서지 않는 한 어떻게든 길을 발견해 데려다주지 않던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참 좋은 세상이다.내비게이션만 있으면 생전 가본 적 없는 낯선 곳도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다.지도와 표지판만 믿다 길을 잃고 고생할 일도,뻥 뚫린 길을 마음 놓고 달리다 과속단속 카메라에 찍혀 과태료를 물 일도 없다.꽉 막힌 도로에 선 채 언제쯤 도착할지 몰라 답답할 일도 적다.
이런 내비게이션도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난다.안내하려던 길과 다른 길로 접어들면 대뜸 '경로가 틀렸다'고 나오는 게 있는가 하면 '경로를 재탐색하겠다'는 것도 있다.갈림길에서 꺾어져야 할 방향을 지도와 음성으로 미리 안내해주는 것도 있고 근처까지 다 가서야 말해주는 통에 잘못 들어서기 딱 좋게 설정된 것도 있다.
같은 내용이지만 '틀렸다'고 하면 당황스럽다.비슷한 일이 몇 번 반복되면 뻔히 알던 길조차 '이게 아닌가' 싶어 기운이 빠진다.대신 '다시 찾아보겠다'고 하면 한결 마음이 놓인다.'다른 길이 나오면 그걸 따라가면 되겠지'라는 여유도 생긴다.정확한 지도 못지 않게 안내가 중요한 셈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부모는 자식,스승은 제자에게 내비게이션 역할을 할 수 있다.어디로 어떻게 가야 빨리 무사히 도착하는지 방법을 일러주는.문제는 제시한 길을 벗어났을 때의 태도다.좋은 안내자라면 안타깝더라도 '틀렸다'가 아니라 '재탐색해보자'며 용기를 준 뒤 새로운 길로 인도할 것이다.
졸업 철이다.원하던 대학과 직장에 들어간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해 풀 죽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뜻대로 안된 이들의 경우 힘겹겠지만 길은 하나가 아니다.단 상황이 나빠도 인생의 목표만은 확실히 세워둬야 한다.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표시해두면 도중에 되돌아서지 않는 한 어떻게든 길을 발견해 데려다주지 않던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