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인 I♥KOREA] 영어 울렁증 퇴치사 슈퍼마리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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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신수중학교에 '슈퍼 마리오'가 있다.
일본 닌텐도 게임의 주인공이 아니다.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세르지우 마리우스 스카파루(26)가운데)가 바로 신수중의 슈퍼 마리오."마리우스라는 이름을 발음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부르기 쉽고 잘 기억할 수 있게 마리오라는 애칭을 쓰게 됐죠.아이들이 거기다 슈퍼까지 붙여 슈퍼 마리오라고 불러요.
"마리오는 슈퍼 마리오란 별명엔 자신에 대한 학생들의 애정이 담겨 있어서 듣기 좋다며 웃었다.
지난달 29일 신수중 교무실에서 마리오 등 3명의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를 만나 한국생활과 '영어' 얘기를 들어봤다.
구로구 오류중 안드레 브라운(26)과 성북구 북악중의 한국계인 샤론 킴(24)은 마리오의 절친한 친구들이다.
교무실로 들어서자 마리오의 책상 앞 칠판에 쓰인 낙서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I ♡ U Mario(사랑해요. 마리오)''Would you marry with me?(저랑 결혼해 주세요)'마리오의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결혼한다'는 표현은 'marry with'가 아니라 그냥 'marry'라고 해야 한다고 글을 쓴 학생에게 가르쳐 줬어요"라고 미소지었다.
옆에 있던 브라운도 자신의 인기에 대해 늘어놓았다.
"교실이나 복도 등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저를 '브라운'이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대화를 걸어와요.
간혹 샘(선생님의 비속어)을 붙여서 '브라운 샘'이라고 예의를 차리는 애들도 있구요.
어떤 모범생은 'Sir'라는 존칭까지 사용하죠."
학생들이 격의없이 다가오는 것은 반갑지만 힘들 때도 있다.
마리오는 "제 휴대전화 번호는 신수중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새벽 2시에 'What are you doing now?(지금 뭐하고 계세요)'라는 문자로 잠을 깨울 땐 애를 먹어요"라고 말했다.
샤론도 "학원에서 영어 수업을 듣다가 단어 뜻을 묻는 문자를 밤늦게 보내는 학생도 있다"고 거들었다.
그래도 이들은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는 생활이 행복하다고 했다.
영어 교사로써 보람이 뭐냐고 묻자 "외국인과 영어에 대한 '울렁증'을 가시게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안드레는 "영어로 대화하는게 부담이 돼 외국인을 피하기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뿌듯하다"고 답했다.
가정 형편때문에 외국어 학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외국인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의미가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자신들과 공부하며 세계를 무대로 꿈을 키우는 학생들을 볼 때 보람이 더 커진다는 얘기도 나왔다.
샤론은 "영어를 능숙하게 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처럼 국제기구에서 활약하는게 꿈이라고 학생들이 말할 때 정말 대견스럽다"고 했다.
새 정부가 추진중인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세사람은 이번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저희는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은 잘 몰라도 중학생들은 잘 알아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로만 수업을 하는 건 무리일 것 같아요.
영어실력을 상·중·하 3단계로 나눈다면 맨 아래 단계의 학생들은 한국어로 설명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자칫 영어 자체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마리오와 친구들은 한국에서 자신들의 꿈도 키워가고 있다.
세사람 모두 한국 대학원에 진학하는 게 목표.미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마리오는 영어 스페인어 루마니아어 등 3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언어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샤론은 미 UC 어바인에서의 전공(예술)을 살려 인테리어 디자인을 배울 계획이다.
캐나다에서 종교학을 공부한 안드레는 가족법을 전공해 볼 참이다.
이들은 한국 생활 3년째를 맞고 있다.
한국에서 살면서 힘든 것은 없느냐는 질문엔 "좋은 친구들이 많아 큰 어려움은 없다"면서도 "사람들이 너무 서두르고 바빠 보여 조금 느긋해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 때 마리오가 대뜸 재미있는 추억을 소개하겠다고 나섰다.
"작년 여름 외국인 친구들과 보성 녹차밭에 갔어요.
버스 뒷자리에 그 지역 할머니들과 앉게 됐죠.한 분이 제 팔에 난 털을 만지자 다른 분들이 함께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어요.
외국인이 귀한(?) 시골이다보니 신기하셨겠죠.전 그게 싫지 않더군요.
오히려 순박함과 정겨움이 느껴지더라구요."
안드레도 웃으면서 일화를 털어놨다.
전임 교장 선생님의 퇴임 기념식 자리에서 교장 선생님이 사모님을 "제 집사람 입니다"라고 소개하자,안드레가 "집사람도 저희랑 같이 사진 찍어요"라고 말해 모든 사람들이 웃음보를 터뜨린 것.한국어 실력이 짧은 안드레가 '집사람=와이프(wife)'라는 생각에 말 실수를 저지른 것.마리오와 친구들은 즐거운 추억이 많은 한국을 사랑한다고 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일본 닌텐도 게임의 주인공이 아니다.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 세르지우 마리우스 스카파루(26)가운데)가 바로 신수중의 슈퍼 마리오."마리우스라는 이름을 발음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부르기 쉽고 잘 기억할 수 있게 마리오라는 애칭을 쓰게 됐죠.아이들이 거기다 슈퍼까지 붙여 슈퍼 마리오라고 불러요.
"마리오는 슈퍼 마리오란 별명엔 자신에 대한 학생들의 애정이 담겨 있어서 듣기 좋다며 웃었다.
지난달 29일 신수중 교무실에서 마리오 등 3명의 원어민 영어 보조교사를 만나 한국생활과 '영어' 얘기를 들어봤다.
구로구 오류중 안드레 브라운(26)과 성북구 북악중의 한국계인 샤론 킴(24)은 마리오의 절친한 친구들이다.
교무실로 들어서자 마리오의 책상 앞 칠판에 쓰인 낙서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I ♡ U Mario(사랑해요. 마리오)''Would you marry with me?(저랑 결혼해 주세요)'마리오의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결혼한다'는 표현은 'marry with'가 아니라 그냥 'marry'라고 해야 한다고 글을 쓴 학생에게 가르쳐 줬어요"라고 미소지었다.
옆에 있던 브라운도 자신의 인기에 대해 늘어놓았다.
"교실이나 복도 등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저를 '브라운'이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대화를 걸어와요.
간혹 샘(선생님의 비속어)을 붙여서 '브라운 샘'이라고 예의를 차리는 애들도 있구요.
어떤 모범생은 'Sir'라는 존칭까지 사용하죠."
학생들이 격의없이 다가오는 것은 반갑지만 힘들 때도 있다.
마리오는 "제 휴대전화 번호는 신수중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새벽 2시에 'What are you doing now?(지금 뭐하고 계세요)'라는 문자로 잠을 깨울 땐 애를 먹어요"라고 말했다.
샤론도 "학원에서 영어 수업을 듣다가 단어 뜻을 묻는 문자를 밤늦게 보내는 학생도 있다"고 거들었다.
그래도 이들은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는 생활이 행복하다고 했다.
영어 교사로써 보람이 뭐냐고 묻자 "외국인과 영어에 대한 '울렁증'을 가시게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안드레는 "영어로 대화하는게 부담이 돼 외국인을 피하기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뿌듯하다"고 답했다.
가정 형편때문에 외국어 학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외국인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의미가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자신들과 공부하며 세계를 무대로 꿈을 키우는 학생들을 볼 때 보람이 더 커진다는 얘기도 나왔다.
샤론은 "영어를 능숙하게 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처럼 국제기구에서 활약하는게 꿈이라고 학생들이 말할 때 정말 대견스럽다"고 했다.
새 정부가 추진중인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수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세사람은 이번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저희는 초등학생이나 고등학생은 잘 몰라도 중학생들은 잘 알아요.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로만 수업을 하는 건 무리일 것 같아요.
영어실력을 상·중·하 3단계로 나눈다면 맨 아래 단계의 학생들은 한국어로 설명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자칫 영어 자체를 포기하는 학생들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마리오와 친구들은 한국에서 자신들의 꿈도 키워가고 있다.
세사람 모두 한국 대학원에 진학하는 게 목표.미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마리오는 영어 스페인어 루마니아어 등 3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언어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샤론은 미 UC 어바인에서의 전공(예술)을 살려 인테리어 디자인을 배울 계획이다.
캐나다에서 종교학을 공부한 안드레는 가족법을 전공해 볼 참이다.
이들은 한국 생활 3년째를 맞고 있다.
한국에서 살면서 힘든 것은 없느냐는 질문엔 "좋은 친구들이 많아 큰 어려움은 없다"면서도 "사람들이 너무 서두르고 바빠 보여 조금 느긋해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 때 마리오가 대뜸 재미있는 추억을 소개하겠다고 나섰다.
"작년 여름 외국인 친구들과 보성 녹차밭에 갔어요.
버스 뒷자리에 그 지역 할머니들과 앉게 됐죠.한 분이 제 팔에 난 털을 만지자 다른 분들이 함께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어요.
외국인이 귀한(?) 시골이다보니 신기하셨겠죠.전 그게 싫지 않더군요.
오히려 순박함과 정겨움이 느껴지더라구요."
안드레도 웃으면서 일화를 털어놨다.
전임 교장 선생님의 퇴임 기념식 자리에서 교장 선생님이 사모님을 "제 집사람 입니다"라고 소개하자,안드레가 "집사람도 저희랑 같이 사진 찍어요"라고 말해 모든 사람들이 웃음보를 터뜨린 것.한국어 실력이 짧은 안드레가 '집사람=와이프(wife)'라는 생각에 말 실수를 저지른 것.마리오와 친구들은 즐거운 추억이 많은 한국을 사랑한다고 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