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불단행'(禍不單行).재앙은 번번이 겹쳐 온다는 뜻이다.요즘 삼성의 처지를 대변해주는 말이다.지난해 이건희 회장 취임 20주년과 올해 그룹 창립 70주년 등 의미있는 시기를 맞은 삼성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비자금 특검'으로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삼성은 31일 삼성자동차 채권 환수 소송에서 패소했다.

삼성 입장에선 과거 삼성차 경영 실패 및 부채 문제는 뼈아픈 과거인데 이번 판결로 막대한 규모의 빚을 갚아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비자금 의혹 제기와 삼성중공업이 연루된 원유유출 사고,계열 경비업체 직원의 강.절도 행각 적발로 이미 사면초가에 몰렸는 데도 악재는 그치지 않고 있다.

삼성의 잇따른 불운을 바라보는 재계도 속이 편치 않다.삼성은 국내를 대표하는 간판기업이자 일자리 및 성장동력 창출에 큰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경쟁력은 곧 국가 경쟁력과 마찬가지"라며 "어렵게 일궈온 초일류기업의 강점들이 순식간에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특검 수사는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핵심 임직원들의 출국금지 및 소환 조사로 이어져 삼성의 대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 해외 사업 수행에도 막대한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특검 수사 하나만으로도 경영활동이 올스톱될 지경인데 다른 악재들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곤혹스럽다"며 "시련의 끝이 어디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