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의 광둥성은 '중국의 공장'으로 불린다.1978년 덩 샤오핑이 개혁개방의 깃발을 꽂았던 곳이다.이 곳에 밀집한 임가공 수출기업들은 30년간 중국 고성장의 주역이었다.하지만 요즘 중국언론에 비친 이들의 모습엔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광둥성 둥관시에서 아디다스 신발을 하청 생산해온 대만계 기업 창덩신발.4000명 직원이 일하던 공장은 지금 텅 비어있다.생산을 시작한 지 12년여 만인 작년 12월 문을 닫았기 때문.인근에서 지난 18년간 신발공장을 운영해온 홍콩인 량쟈야오 사장.그의 사무실엔 베트남 지도가 걸려 있다.중국 기자에게 그는 베트남 남부지역을 가리키며 내년에 공장을 이전할 곳이라고 말했다.

중국언론이 다오비차오(倒閉潮)라고 얘기하는 '도산의 파고'는 이렇듯 국적을 가리지 않고 덮치고 있다.광둥성에서 섬유 완구 신발 등 저임 노동에 의존해온 사업을 해온 중국기업은 물론 홍콩 대만 한국기업들이 피해자다.지난달 31일엔 광둥성에 있는 홍콩 기업 중 1만개가 연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인밍성 홍콩중화연합회 회장의 경고가 홍콩 명보에 실렸다.

이들은 왜 문을 닫는가.량쟈야오 사장이 얘기하는 이유는 끝도 없다.위안화 절상,원자재 가격상승,인건비 상승,인력난,수출규제,신노동계약법 등.하지만 악화되는 사업환경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입에 달고 다니는 '발전방식 변화'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된다.수출규제가 대표적이다.과도한 투자와 수출에 의존해온 중국경제의 무게 중심을 소비로 옮기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 금지로 현실화되고 있다.지난해 소비가 7년 만에 처음으로 투자를 제치고 중국 경제발전의 1등공신이 됐다는 소식은 '발전방식 변화'가 효과를 보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이 때문에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기업들엔 기회가 더 커지고 있다.

홍콩 광둥성경제무역사무소 량바이런 주임의 얘기는 그런 점에서 우리 기업인도 귀담아둘 만하다."임가공 수출기업들은 변신을 하든지 떠나든지 선택해야한다.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오광진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