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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아름다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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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나의 사랑,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인 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형기 '낙화(落花)'>

    아름다운 이별은 어렵다.

    듣건대 연인들의 이별 수순은 비슷하다.

    마음이 식은 쪽에서 연락이 뜸해지면 다른 한쪽은 설마 하며 기다리다 못해 채근 끝에 만나 왜 그러느냐고 따진다.

    상대는 바쁘다거나 사정이 안좋다는 식으로 둘러대다 궁지에 몰리면 사람 피곤하게 한다고 몰아붙인다.

    결국 지지고 볶아 몸과 마음의 진을 다 빼고 나서야 헤어진다.

    "어차피 끝나는 마당에 담담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달라"는 건 이별을 통보하는 자의 몫이고 통보받는 자는 그럴 수 없다.

    틀린 줄 알면서도 어떻게든 마음을 돌리려 애써보고 도저히 안되면 '어떻게 복수할까,저 죽고 나 죽자고 할까' 밤낮으로 궁리하다 심신이 무너진다.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든 상대의 사정을 헤아려 시간을 주거나 말로라도 다독여주면 좋으련만 싫어서 내모는 애인에게 그런 아량을 베푸는 경우는 없다.

    그래봤자 소용없는 미련만 더해져 문제가 복잡해질 텐데 싶어 더욱 매몰차게 군다.

    결국 안타깝게 매달리는 자만 추해지기 십상이다.

    가야 할 때를 아는 자의 뒷모습이 보기 좋은 게 실연당한 자 뿐이랴.조직을 떠나거나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람 모두 분명한 때를 알아 훌훌 털고 일어서지 못하면 뒷말이 남는다.

    떠나야 하는 사람에겐 언제든 아쉬움과 억울함이 가득할 수 있다.

    잘잘못에 상관없이 먼저 결별을 통보받은 연인처럼.

    현직 대통령으로서 자신이 해온 일을 뒤집는 당선인과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에 마음이 상했을지 모른다.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쳐도 거부권 행사 운운은 붙들지 못한 이에게 재라도 뿌려보자는 옛 연인의 심사처럼 보인다.

    퇴임 대통령에겐 후련하고 편안한 내일이 기다린다.

    떠나는 대통령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고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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