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황당하기 짝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회에 제출한 정부조직 개편안의 내용과 절차, 그리고 현 대통령이 이를 서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등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핵심은 참여정부의 철학과 가치에 반하는 일은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조직개편안이 국회의결을 거쳐 그대로 넘어올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闡明)한 것이나 다름없다. 차기정부 출범을 한 달도 안남긴 시점에서 꼭 이래야만 하는 것인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우선 문제제기부터 잘못됐다. 노 대통령은 우선 정부조직개편 내용과 관련해 지금이 큰 정부냐고 물었다. 이 문제로 논쟁을 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이명박 당선인이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내세웠고, 국민들이 이를 선택했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국가라면 작은 정부는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과제임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구여권(대통합민주신당)마저 작은 정부로 간다는 것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한 마당에 물러갈 대통령이 새삼스럽게 우리가 큰 정부냐고 시비를 거는 것은 어깃장을 놓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과학기술부 여성부 기획예산처 등 몇몇 부처의 통폐합에 대해 노 대통령이 언급한 것도 그렇다. 기능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어떻게 보면 이것은 선택의 문제다. 이를 두고 굳이 참여정부 철학과 가치에 반한다고 하는 이유를 우리로선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노 대통령은 절차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이 역시 오로지 문제를 삼기 위한 행태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회로 넘어가 있다.어떤 형태로든 심의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다. 이를 두고 절차가 문제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 아닌가.

결론적으로 참여정부의 철학과 가치에 반하므로 새정부조직 개편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거듭 말하지만 작은 정부는 정권 차원에서 시비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차기정부 출범에 대해 협력하는 것이 순리이고 상식일 것이다. 정부조직 개편을 구실로 마지막까지 국민들을 실망시킬 게 아니라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