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예정됐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민주노총 방문이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찰 출석여부를 둘러싼 양측 간 갈등으로 무산됐다. 이 당선인과 민주노총 간부와의 간담회가 갑자기 무산되면서 새 정부와 민주노총 간 냉기류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이 위원장은 28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당선인 측에서 25일 갑자기 내가 경찰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고 전해왔다"며 간담회 무산 배경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당선인이 민주노총을 방문한다고 해 출장마저 미루며 여러가지를 준비해왔었다"며 "당선인 측의 노동배제적 인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이 당선인과 민주노총이 노동계 현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갖기로 합의한 것은 지난 22일이다. 그러나 인수위 측은 3일 뒤인 25일 오후 민주노총에 이 위원장의 종로경찰서 출석을 요구해왔다. 경찰이 이 위원장의 출석을 요구한 것은 민주노총이 지원해온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ㆍ시위 등과 관련해 조사하기 위해서다.

이 위원장은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서 민주노총 방문을 하지 않는 것은 민주노총을 탄압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통해 "이명박 당선인이 민주노총과의 만남을 마뜩지 않은 이유로 파기한 것은 노동조합 자체를 부정하는 반노동적 철학의 발현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경찰조사를 받지 않으면 만날 수 없다는 당선인의 오만한 태도가 심각한 노사갈등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이명박 당선인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이 비정규직 관련 집회로 경찰출두 요구서를 2~3차례 받은 상태여서 경찰에 출두해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조건으로 면담을 진행시켜 왔다"며 "그러나 민주노총 측에서 경찰에 출두할 수 없다고 전달해와 간담회가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주 대변인은 법집행에 불응하는 사람이나 단체와 만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이 당선인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당초 29일 오후 3시30분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이 당선인을 만나 한 시간가량 대화를 나누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사회공공성 강화 정책 등 노동계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