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난 22일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시내 한 외국계 호텔에서 체크인을 마친 기자는 방에 들어와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프런트에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당장 수화기를 타고 넘어온 목소리는 영어인지 라오스어인지 정확히 분간하기조차 어려웠다.몇 번씩 영어로 의사소통을 시도한 기자는 결국 인터넷 사용법을 혼자 터득하는 길을 택했다.라오스어가 가능한 가이드 없이 호텔 밖에 나가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2.이틀 뒤인 24일 태국의 수도 방콕.호텔은 물론 길거리에서도 간단하게나마 영어로 의사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특히 공항 면세점에서는 직원들이 아예 한국말로 손님을 맞았다.물론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그렇겠지만 우리말로 흥정을 붙여오는 직원들이 밉게 보일 리 없었다.

라오스 태국 등 해외 취재 기간 중 국내에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영어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정책을 쏟아냈다.'2010년 부터 고등학교 영어 수업 영어로 진행''수능시험에서 영어를 제외하고 대신 토플식 시험도입' 등 영어 관련 정책들이 언론을 통해 연일 대서특필됐다.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인 것으로 알려졌다.이러한 정책들이 오히려 사교육비 부담만 가중시키고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할 뿐 별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게다가 영어교육보다는 국어교육에 더 힘을 쏟아야 하지 않느냐는 식의 애국심을 자극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영어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우리 국민들의 영어 구사능력이 형편없다는 사실은 이미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또 길거리에서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관광이나 비즈니스에 애로사항이 많다는 외국인들의 호소 역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인수위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영어교육을 혁신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같은 현실과 무관치 않다.

통역이나 가이드 없이는 호텔 밖을 나갈 수도 없는 나라와 유창한 영어로 손님을 맞이하는 나라 중 어디를 가고 싶으냐는 질문을 우리 스스로에게도 한번 던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호기 사회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