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일리노이주 상원의원(민주당)이 26일(현지시간) 미 대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55%의 득표율로 27%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에게 압승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흑인 유권자가 다른 주보다 많은 30%로 흑인 투표자 가운데 무려 81%가 오바마를 지지한 반면,힐러리 지지는 17%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이에 따라 '색(色)이 성(性)을 눌렀다'는 평이 나왔다.

오바마 의원은 뉴햄프셔와 네바다주 경선에서 이긴 힐러리와 2승2패의 동률을 이뤄 22개주가 한꺼번에 경선을 치르는 다음 달 5일 '슈퍼 화요일'에 대등한 승부를 다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오바마는 승리가 확정된 뒤 "아이오와의 눈밭에서 시작된 게 환상일 뿐이라고 생각한 냉소주의자들에게 사우스캐롤라이나 사람들은 오늘 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줬다"면서 "9일 뒤면 많은 사람들이 워싱턴 정치에 식상했으며 변화에 굶주렸다고 말할 기회를 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특히 흑인들의 몰표가 나온 점을 의식,자신이 각계각층에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내게 투표한) 그들은 청년과 노인,부자와 빈자,흑인과 백인,그리고 라티노와 아시안이었다"고 말했다. 컨벤션센터를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우린 할 수 있다" "피부색은 상관없어"라는 구호로 호응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오바마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와 클렘슨대,베네딕트 칼리지 등 주내 주요 대학을 돌며 취업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미래를 향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주효했다.

힐러리는 뉴햄프셔와 네바다 연승에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까지 석권할 경우 '오바마 돌풍'을 잠재우며 '슈퍼 화요일' 승부를 한층 쉽게 이끌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곳에서 큰 표차로 패배해 팽팽한 접전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힐러리는 '슈퍼 화요일'에 경선을 실시하는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주 등 대의원 수가 많은 지역에서 오바마를 앞선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우세한 입장인 것으로 미국 언론은 분석했다.

미국의 50개주 중 22개주에서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다음 달 5일 '슈퍼 화요일'에 선출하는 민주당 대의원 수는 1600여명이며,이 중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 등 4개주의 대의원만 970명에 달한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