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고려대 총장에 취임하는 이기수 교수(63ㆍ법대 65학번) 집안은 한마디로 고려대家다.

자신은 물론이고 아내,두 자녀,사위가 모두 고려대 동문이다.

중ㆍ고교 시절 대학은 고려대밖에 없는 줄 알았다고 한다.

대학입학 후 꿈도 '고대 총장'이었다.

총장에 도전한 지 세 번 만에 '합격'했으니 고려대에 뼈를 묻은 셈이다.

그의 고대 사랑은 동료 교수,제자,수위 아저씨,청소용역 직원에 이르기까지 '해피 바이러스'로 전파돼 있다.

총장선거가 있던 지난 17일 법대 5층 식당 아주머니가 오히려 잠을 못 이뤘다고 한다.

신임 총장으로 선출된 이 교수가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보려 했단다.

그만큼 이 교수를 존경했다는 뜻이다.

교수,이발소 직원,식당 직원 등 지위 여하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한결 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그의 태도에 반한 때문이란다.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정겹게 대하는 것이 그의 천성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명박이형'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그의 천성에서 나온 것이다.

이 교수는 가끔 관계가 틀어진 사람에게 직접 찾아가 "오해를 풀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그래도 안 풀리는 사람이 있다면 시간을 두고 설득한다.

소수의 사람을 단기간에 속일 수 있어도 진실은 언젠가 드러난다는 게 평소 지론이다.

이번 총장 선거에서 그에게 가장 힘이 돼준 버팀목은 가족이다.

그는 대학 3학년 때 아내를 만나 결혼했다.

슬하에 1남1녀와 5명의 손자 손녀를 두고 있다.

현재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인 아내는 총장을 두 번째까지 말렸지만 "이번만큼은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꼭 돼야 한다"며 적극 내조했다.

최근 이 교수가 탐독한 책은 그의 인생을 닮은 '학문의 즐거움'이다.

주인공인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벽촌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박사학위를 받고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드상을 수상했다.

그는 120살까지 살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앞으로 60년은 더 살 수 있다는 마음가짐은 그를 열정가로 만드는 비결이다.

고려대 총장은 인생의 1막일 뿐인 셈이다.

그는 장관직을 제의받은 적도 있지만 총장의 꿈을 위해 포기했다고 한다.

4년 뒤 총장직에서 물러나면 기업체 사외이사 등 그동안 지인들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맡지 못했던 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총장 3수생인 그가 재임 기간 고려대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 주요 약력 ]

△1945년 경남 하동 출생
△1964년 부산 동아고 졸업
△1969년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83년 독일 튀빙겐대 법학박사
△1984년 고려대 법대 교수
△1994년 고려대 기획처장
△1996∼1999년 국가경쟁력연구원 원장
△1998년 고려대 법대 학장, 한국독일학회 부회장 및 회장
△2006년 1월∼ 한국법학교수회 회장,한국중재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