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초기 내각과 대통령실을 책임질 후보들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누가 최종 낙점을 받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점은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들이 향후 5년간 이명박 정부를 이끌고 나갈 '파워 엘리트' 집단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면면을 따져보면 크게 세 가지 점이 눈에 띈다.우선 50대 이상의 전ㆍ현직 관료와 학자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다음으로 경제 관련 부처를 기준으로 할 때 EPB(옛 경제기획원)의 몰락과 모피아(옛 재무부의 영문 약칭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의 부활이 두드러진다.

출신 지역별로는 호남이 크게 위축된 반면 영남은 확장됐다.이 같은 특성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호남과 EPB 출신을 중용했던 데 따른 반작용이기도 하지만 대선 당시 호남과 EPB 출신들이 범여권을,영남과 재무부 출신들이 이명박 당선인을 각각 많이 도운 데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후장대형 관료ㆍ학자 중용

'이명박 정부' 인재 풀(pool)의 90% 이상은 관료와 학자들이다.정치인 출신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지만 경험과 전문지식을 중시하는 이명박 당선인의 취향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치인 출신은 보건복지여성부 장관으로 유력한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과 대통령실장으로 거론되는 임태희 의원(당선인 비서실장) 등 극소수에 그친다.기업인 출신도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어렵다.

연령별로 보면 50,60대가 주류를 이룬다.현재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있는 70명을 분석해본 결과 50대(39명)와 60대(31명)가 95%에 육박하는 압도적 다수였다.총리로 내정된 한승수 전 유엔기후변화특사는 73세로 최고령이다.

◆모피아의 귀환

재무부 출신들은 지난 10년간 숨죽이고 살아왔다.외환위기의 원흉이라는 오명을 쓴 채 영원한 맞수인 EPB 출신들의 전성시대를 구경해야 했다.EPB 출신들은 청와대 재경부 기획예산처는 물론이고 타 부처 장관으로까지 널리 기용됐다.권오규 현 재경부 장관을 비롯해 재경부 장관을 지낸 후 총리까지 오른 한덕수 국무총리,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변재진 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대표적이다.

EPB와 모피아의 세력 구도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완전히 달라졌다.EPB 출신들은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반면 대통령실로 입성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현 인수위 국가경쟁력특위 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유력한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전 재정경제원 차관),윤진식 전 산자부 장관,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 등은 모두 재무부 출신이다.

◆호남은 소외,TK출신 약진

호남 출신 인사들이 별로 없다는 점도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른 점이다.이 당선인의 측근들은 "호남 출신 인사들은 지난 정권 10년간 중용되지 않았느냐"며 출신지역 문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속으로는 '영남 편중 인사'라는 비난을 받을까봐 크게 신경쓰는 눈치다.인재 풀에 들어있는 호남 출신은 국가정보원장으로 거명되는 김종빈 전 검찰총장(전남 여수)을 비롯해 진동수 전 재경부 차관(전북 고창),이만의 전 환경부 차관(전남 담양) 등 8명에 불과하다.반면 영남 출신은 31명으로 모든 지역을 통틀어 가장 많다.서울은 12명,충청 9명,경기 6명,강원은 4명이다.

이 같은 '호남 소외' 현상은 각료 인선에 있어 막판 변수가 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이 당선인 측 내부에서도 '영ㆍ호남 안배'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솔솔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이런 이유로 호남 출신 후보들이 상대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불만 섞인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김인식/이준혁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