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69)가 취임 20개월 만에 물러난다.

이탈리아 대통령궁은 24일 프로디 총리가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안사(ANSA)통신은 그러나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상ㆍ하원 의장을 시작으로 정치 지도자들과 총리 사임에 대해 의견을 구하겠다며 당분간 직무를 계속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화려하지는 못해도 이탈리아의 가장 저명한 정치인'으로 통하는 프로디는 2006년 4월 총선에서 당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끌던 우파연정을 누르고 승리,총리에 오르며 좌파연합정권을 이끌어 왔다.1999년부터 유럽연합(EU)의 집행위원장으로 5년간 재임하면서 유로화 통용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총리 재임 20개월 동안 그가 보여준 경제 성적표가 신통치 못하다는 비난이 불거지면서 야당 측으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아왔다.정치적 분열과 북-남부 간 갈등,조직범죄,희박한 국가관 등 뿌리 깊은 문제점도 그의 조기 사임을 불러온 요인이다.

특히 연립내각을 구성한 기독민주당이 최근에 이탈,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야권 주장에 동조하고 나서자 프로디 총리는 상ㆍ하원 신임 투표를 선택했다.그 결과 지난 23일 실시된 하원 신임 투표에서는 찬성 326표,반대 275표로 승리했지만 상원에서는 찬성 156표,반대 161표,기권 1표로 불신임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프로디 총리가 동성애자,낙태 문제 등에서 진보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보수적 가치를 추구하는 교황청과 대립한 것이 사임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