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유엔 기후변화특사가 새 정부 초대 총리로 내정된 것을 두고 대통령직 인수위 주변에선 "어느 정도 짐작했던 인선"이라는 말이 많다.

한 특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스탠더드 인사"라는 평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1936년생인 한 특사는 강원도 춘천 출신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왔고,대통령 비서실장과 주미 대사,상공부 장관,외교부 장관,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유엔총회 의장,13.15.16대 의원 등을 역임했다.

풍부한 국정 경험에다 3선 의원 출신으로 정치권에 두루 발이 넓은 점,지역 배려(강원) 등 여러 대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의 핵심 측근은 24일 "한 특사가 '올드 보이'이지만 정치.경제.외교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국제적으로 인맥도 갖추고 있어 무엇보다 이 당선인이 중점을 두고 있는 '자원 외교'의 적임자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당선인은 일찌감치 '일 중심'의 총리로 한 특사를 염두에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은 지난 12일께 총리 인선 기준과 관련해 측근들에게 "국제 감각을 갖춘 사람이면 좋겠다"고 언급했고,14일 기자회견에서는 "자원외교를 할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이때부터 외교부 장관 출신인 한 특사가 집중적으로 검토됐다는 후문이다.

특히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부동산.병역.납세 등에서 충분한 검증을 거쳐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가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이 낙점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인 측 관계자는 "한 특사의 풍부한 국정 경험도 장점이지만 무엇보다 '검증'(인사청문회)에 대한 자신감에서 최적의 카드로 인정받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한 특사는 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인척(이종사촌 형부)이기도 하다.

때문에 박 전 대표를 배려하는 차원의 상징적 의미도 포함된 인선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선인 주변에서 반대의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초대 총리로 참신성이 떨어지고,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러 번 당적을 옮긴 점,이 당선인보다 5살이 많은 71세의 고령이라는 점 등 몇몇 '아킬레스'가 여전히 걸림돌로 지적된다.

때문에 인선안 최종 낙점시 막판 뒤집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앞서 한 특사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기후포럼 특강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총리 지명 여부에 대해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방명록에 '위민진정'(爲民盡政.국민을 위하는 정치에 진력하라는 뜻)이라는 글을 남겨 사실상 총리에 임하는 자세를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다"고 밝힌 한 특사는 이때 이미 당선인 측으로부터 총리직 내정 사실을 통보받은 뒤였던 것이다.

이준혁 기자/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