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은행 소시에테제네랄(SG)이 내부규정을 위반한 자사 직원의 고위험 선물 투자로 한해 이익의 거의 대부분을 날리게 됐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이미 막대한 피해를 본 상황에서 내부 직원의 초대형 투자 실패 사건까지 겹쳐 BNP파리바에 이어 시가총액 기준 프랑스 2위 은행인 SG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SG 측은 자사 선물 파트의 한 트레이더가 회사 보안 시스템 관련 정보를 악용,과도한 선물 투자를 해오다 49억유로(약 72억달러ㆍ6조8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24일 발표했다.

2006년 이 회사 이익이 52억유로였음을 감안하면 직원 한 명의 잘못된 투자가 1년치 이익 대부분을 날려버린 셈이다.

SG 측은 이번 사건 외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20억5000만유로(약 29억9000만달러)의 자산 재평가 손실도 기록,100억달러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SG의 지난해 이익은 6억∼8억유로에 그칠 전망이다.

회사 측은 이익 급감에 대응,주식 매각을 통해 조만간 55억유로를 조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1995년 한 선물 거래 트레이더가 영국 베어링은행에 12억달러의 손해를 입혀 이 은행을 파산으로 몰고 갔던 사건 이후 최대 규모다.

당시 28세의 선임 트레이더였던 닉 리슨이 위험한 파생상품 거래를 은폐한 채 고수익 거래를 추구하다 233년 전통의 베어링은행을 파산시키고 영국 금융가를 패닉에 빠뜨렸다.

SG 사건도 한 직원이 과도한 고위험 투자행위를 회사 몰래 하다 천문학적인 피해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베어링 사건과 유사하다.

SG 사건의 트레이더는 위험을 분산하는 차원의 일반적 선물 투자가 아닌 고수익을 노린 고위험 선물 투자를 해오다 엄청난 돈을 날렸다.

영국 BBC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파리에 근무하는 31세의 제롬 커비엘이란 트레이더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SG 측은 2000년 입사한 30대의 프랑스 남자로 연봉은 10만유로가 안 된다고만 밝히고 더 이상의 신원 확인을 거부했다.

SG의 다니엘 부통 회장은 "해당 직원이 사건 전말을 시인함에 따라 그에 대한 사법처리를 시작했고 그의 상사들도 감독 책임을 물어 해고했다"며 "이번 위기를 이른 시간 내에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측의 사태 수습 노력과는 별개로 프랑스 중앙은행도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이날 성명을 내고 "SG 금융사기 피해와 관련한 사항을 즉각 보고받았으며 앞으로 은행위원회에서 이 사태를 조사할 것"이라며 특히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8%를 맞추기 위한 자금 수혈 계획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SG 측의 발표가 나온 뒤 곧바로 SG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조정했다.

이날 SG 측이 파리 주식시장이 열리기 전 이 같은 발표를 내놓자 SG 주식은 한때 거래가 정지됐다.

전날 이 회사 주가는 4.1% 급락,2005년 5월 이후 최저치인 79.08유로를 기록했다.

이는 올 들어서만 20% 빠진 것이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