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아줌마들 유혹 '여성크로커다일' 대박

지난 연말 경기도 화성에서는 4만9500㎡의 면적에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패션 통합물류센터 준공식이 열렸다.

형지어패럴이 국내 패션업계로는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를 개설한 것이다.

최병오 대표는 "배송 기간을 최대 3분의 1로 단축하게 돼 급변하는 패션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며 "2011년 매출 1조원의 패션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지난해 4000억원 매출을 돌파한 형지어패럴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물류 문제를 일거에 해결했다는 자신감을 담은 선언이었다.

최 대표는 "패션업체가 규모를 더욱 키우려면 대형 물류센터가 필요하다"며 "매장 수가 800개를 넘어서면서 즉각 기획한 제품을 신속히 보급할 수 있는 인프라가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 '동네 상권 공략' 승부수 통했다

형지어패럴은 지난해 4% 이하의 성장에 머문 것으로 추정되는 국내 여성의류 시장에서 매출이 46% 이상 늘어나는 등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토종 패션 브랜드의 강자로 자리를 굳혔다.

싱가포르의 크로커다일 여성의류 라이선스를 얻어 번 자금력을 기반으로 경쟁 국내 브랜드인 샤트렌과 끌레몽뜨를 잇따라 인수한 데 이어,이젠 독자 브랜드를 개발해 출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해 초 첫 독자 개발 브랜드 올리비아 하슬러를 내놓자 대리점 신청이 쏟아져 100일 만에 100개 매장이 문을 여는 기록을 세웠다.

하루에 한 개씩 매장을 연 셈이다.

형지어패럴의 고성장 비결로 최 대표는 주저 없이 'B급 상권을 우선 공략하는 다점포화 전략'을 꼽았다.

형지어패럴의 4개 브랜드는 한결같이 동네 곳곳에 매장을 두면서 거미줄 대리점망을 구축해놓고 있다.

보통 한 브랜드당 가두점이 200~250개를 넘어가면 포화상태에 달한다는 게 패션업계의 통설이다.

하지만 여성크로커다일은 매장 수가 400개에 이른다.

주요 타깃인 30∼50대 주부들의 발길이 닿는 B급 상권인 동네 길거리에 우선 매장을 두다보니 이런 다점포 전략이 먹혀든 것.백화점이나 명동 강남 등 유동인구가 많은 A급 상권 위주로 매장을 내려고 하는 다른 여성의류 브랜드와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르다.

최 대표는 "매장이 400개를 넘다보니 자연스럽게 매장 자체가 광고효과를 내는 선순환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점포가 많아지면 점포들 간 매출 성장에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고 우려했지만 여성크로커다일의 점포당 매출은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다점포 전략이 일으킬 수 있는 물류 병목 문제는 평택,비봉,기흥에 분산돼 있던 기존의 물류센터를 화성의 물류센터로 통합함으로써 해결했다.

# 여성 어덜트 패션 블루오션 선점


'여성 어덜트 패션'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선점한 것도 고성장 배경으로 꼽힌다.

1998년 설립된 형지어패럴은 여성크로커다일로 여성복 시장에 본격 진입했지만 초기 실적은 좋지 않았다.

최 대표는 새로운 전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2004년 '아줌마도 멋쟁이가 될 수 있다'는 모토로 '여성 어덜트 캐주얼'이라는 용어까지 만들어가며 블루오션 시장을 만들었다.

이미연 송윤아 등을 모델로 쓰면서 여성 어덜트 캐주얼이라는 개념 보급에 힘썼다.

고가의 백화점 마담 브랜드와 저가의 시장 제품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시장 상황을 포착해 백화점같이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제품같이 저렴한 가격대의 브랜드라는 점을 부각시킨 게 30~50대 여성들에게 주효한 것.

여성크로커다일이 2005년 1950억원,2006년 234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하자 형지어패럴은 다른 패션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이후 최근 2~3년 사이 다른 업체들도 30~50대 주부들을 겨냥한 비슷한 브랜드들을 쏟아내면서 여성 어덜트 패션 시장 규모는 지난해 9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샤트렌과 끌레몽뜨 등 형지 브랜드들의 시장 점유율은 40%에 육박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지난해 여성크로커다일은 3000억원,샤트렌은 1000억원,끌레몽뜨는 300억원의 매출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보다 각각 28%,72%,275%가 늘어난 규모다.

# 2011년 매장 1000개 목표로 中시장 노크

이렇게 여성복에서 높은 성과를 이끌어내면서 형지어패럴은 올초 남성복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프랑스 남성 캐주얼 브랜드 뉴망,이탈리아 남성복 브랜드 아날도바시니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올해 말이나 내년 초 매장을 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형지어패럴은 "패션 종합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에 한발짝 더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와 함께 올해에는 초고속 성장 신화를 중국 대륙에서도 쓸 태세다.

국내 시장에서 여성크로커다일이 고성장한 것에 고무된 싱가포르 크로커다일 본사가 최 대표에게 중국 시장도 맡아달라고 부탁해 2005년 7월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중국 남성의류 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있는 싱가포르 본사가 여성의류는 형지에 맡긴 것.형지어패럴은 현재 중국에서 2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올해 11개의 매장을 추가로 내기로 하는 등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여름 베이징올림픽 이후 패션 브랜드 가두점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까지 확보한 상태다.

형지어패럴은 중국의 중산층 주부를 겨냥해 2011년까지 1000여개의 매장을 내겠다는 장기 계획도 수립했다.

국내 시장의 포화에 대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중국에서 미리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