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가 '디자인 산업'을 중점 육성과제로 제시한 가운데 문화관광부가 산업자원부,건설교통부 등이 분담하고 있는 디자인 정책의 총괄부서를 자임하고 나섰다.

문화부는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국가디자인위원회 설치와 디자인기본법 제정,디자인정책국 신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디자인코리아 2020' 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계획서는 산자부.건교부 등의 디자인 정책.지원.연구 기능을 문화부로 일원화하도록 제안하고 있어 관련 부처 간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문화부는 이 계획서에서 디자인을 국가 성장동력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대통령 소속의 국가디자인위원회를 설치하고 이를 위해 올해 안에 디자인기본법을 정부입법으로 제정하도록 제안했다.

국가디자인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관계 기관 및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디자인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기구다.

또 문화부 산하의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과 공예문화진흥원,산자부 소속인 한국디자인진흥원 등의 업무 조정을 통해 중복된 디자인 관련 정책과 지원.연구기능을 정비토록 했다.

산업진흥은 콘텐츠진흥원으로 일원화하고 디자인진흥원은 연구소로 전환하며 공예진흥원은 전통디자인상품 개발 분야로 특화하자는 것.

문화부 내에 디자인정책국을 신설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디자인정책.디자인산업 지원.공공디자인 진흥.디자인문화 등 4개과 36명을 배치해 관련 업무를 총괄하겠다는 얘기다.

당인리화력발전소에 디자인박물관을 설립해 디자인 전시장 및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디자인 교육.전시.창작.판매.참여가 동시에 이뤄지는 복합공간인 디자인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방안도 내놓았다.

공공디자인 시범도시 조성,공공디자인상 제정 및 공공디자인 엑스포 매년 개최,디자인 전문고교 설치 등도 이 계획서는 담고 있다.

한민호 문화부 문화공간팀장은 23일 "그간의 디자인 정책은 양적 성장 위주였던 데다 문화적 가치가 배제된 채 제품과 포장에만 편중돼 디자인 산업의 질적 수준 저하를 초래했다"며 "문화적 관점의 디자인으로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선 디자인 관련 정책을 문화부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팀장은 "인수위의 반응도 긍정적이라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듣고 있다"며 "문화부로 일원화될 것을 낙관한다"고 덧붙였다.

디자인 분야의 국내 최대 민간단체인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회장 정병규)도 이날 서울 힐튼호텔에서 신년하례식을 겸한 이사회를 열고 사단법인 등록 부처를 산자부에서 문화부로 바꾸기로 해 문화부를 거들었다.

그러나 문화부의 이 같은 계획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인수위는 지난 21일 건축.도시설계 등과 관련성이 큰 공공디자인 중심의 '디자인코리아 프로젝트'를 발표해 문화부의 계획과는 각도를 달리했다.

다른 부처들의 이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장영진 산자부 디자인브랜드팀장은 "인수위가 조만간 관련 부처 간담회를 열 것으로 안다"며 "전체 디자인 정책에서 극히 일부만 관장하는 문화부가 건축 중심의 공공디자인과 제품.기업 중심의 산업디자인 등을 총괄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