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우광훈씨(39)가 신작 장편 '베르메르 vs 베르메르'(민음사)를 내놨다.

이 작품은 2차대전 때 네덜란드에서 화상으로 활동했던 반 메헤렌의 실제 이야기를 가브리엘이라는 가상의 인물에 투영시킨 것.반 메헤렌은 나치에게 네덜란드의 국보급 유산인 베르메르의 그림을 팔아 넘긴 혐의로 재판정에 섰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1937~1942년 베르메르의 미공개작이라며 내놨던 6점을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진술해 '국보 유출' 혐의에서 벗어났다.


소설은 2009년 한국에서 베르메르 전시 기획을 맡은 '나'가 이 희대의 사기 사건을 가브리엘의 딸에게 듣는 액자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가브리엘은 사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재능을 인정받아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학교에 입학하지만 당시 미술계의 주류인 인상주의,표현주의,입체파 등에 편승하지 못한다.

사물을 따라 그릴 줄만 알지 독창적인 세계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작가는 가브리엘이 독창성보다 모사(模刻)에 능한 인물이긴 하지만,우리도 주류 편입 여부로만 예술성을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게 한다.

예술성과 상업성에서 모두 실패한 가브리엘은 결국 본격적인 위작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한 베르메르의 그림에서 당대에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의 동질감을 느낀다.

가브리엘은 베르메르의 그림을 베끼면서 자신의 색깔을 입혀 베르메르의 미공개작이라며 세상에 내놓는다.

작가는 여기에서 '진품없는 위작'이라는 소재로 창조와 모방의 경계가 어디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그는 가브리엘의 내면을 그리면서 '무엇이 예술인지,무엇이 창작인지,그렇게 미적 기준조차 모호해진 마당에 위작이라는 것이 더 이상 자신에게 범죄로 느껴지지 않았다'며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복수극'이라고 표현한다.

이 작품은 서양미술사에 관한 방대한 지식과 이를 유기적으로 얽어낸 솜씨,예술가들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봤을 법한 고민을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문학평론가 김성곤씨는 "한국 작가들이 드디어 세계 작가들과 공동의 관심사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