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 용인 에버랜드 일대 창고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삼성문화재단과 홍라희 삼성리움미술 관장의 미술품 컬렉션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삼성문화재단(리움미술관,호암미술관,로댕미술관 포함)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은 약 1만5000여점에 달한다.이 가운데 한국 고미술품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한국 근ㆍ현대작품이 3000여점,해외 미술품이 800여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작품 가격은 산정이 어렵지만 명품이 워낙 많아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 고미술품 중에는 13세기 도자기 '청자진사표형주자'를 비롯해'청자양각죽절문병','금동삼존불',정선의 '인왕제색도',김홍도의 '군선도'등 국보 36점과 보물 96점이 포함돼 있다.국립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소장품이다.

또 한국 근ㆍ현대미술품 중에는 박수근을 비롯 이중섭 김환기 천경자 장욱진 백남준 등 최고 인기화가들의 작품이 대거 들어 있다.특히 박수근의 '소와 유동',이중섭의 '울부짖는 소''부부''황소',변관식의 '삼선암',장승업의 '영모도 대련' 등은 거액을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명품들로 꼽힌다.

해외 미술품의 경우는 팝아트,미니멀리즘,추상 표현주의 등 현대미술이 주류를 이룬다.여기에는 문제가 되고 있는 '행복한 눈물'의 팝아트 작가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비롯해 미니멀리즘 작가 프랭크 스텔라,미니멀리즘 조각가 도널드 저드와 데이비드 호크니,추상 표현주의 거장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현대미술 대가 반열에 드는 작가들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1999년 개관한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 설치된 로댕의 청동조각 '지옥의 문'과 자코메티의 인체조각 '거대한 여인'도 삼성이 소장품 중 하이라이트라고 자부해 온 작품들이다.

그 밖의 해외 작품으로 프랭크 스텔라의 '검은 독사'를 비롯해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집',프랜시스 베이컨의 '방안에 있는 인물',윌렘 드 쿠닝의 '무제',장 뒤 뷔페의 '풍경'등도 있다.이들 작품의 상당수는 당장 경매시장에 내놔도 점당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것들이다.

이들 작품은 고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삼성회장,홍 관장이 국내외 시장에서 직접 구입하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화랑의 도움을 받아 수집했다.

한국 고미술품은 가나아트갤러리 등의 도움을 받아 사들였고 해외 현대미술품은 서미갤러리,국제갤러리 등을 통해 틈틈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행복한 눈물' 등 김용철 변호사가 언급한 작품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발견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비록 삼성의 컬렉션에 들어 있다해도 다른 곳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하지만 해외 미술품의 경우 대부분 구입 경로가 분명한 만큼 개별 작품 구입 비용 출처에 대해 강도높은 계좌 추적을 벌인다면 비자금으로 샀는지 여부가 가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삼성리움 측은 "김 변호사의 폭로 목록에 오른 미술품 중 리움에서 전시된 작품은 한 점도 없다"며 "홍 관장이 각종 기획전을 위해 개인 소장품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개인 컬렉션인 만큼 어떤 작품을 갖고 있는지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