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코스피지수가 한때 1600선을 하회하고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그동안 주가가 떨어지면 오히려 저점 매수 기회로 삼는 투자자들이 있었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달랐다.

객장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주식 투자를 오래 해서 장이 안 좋은 것을 많이 경험했지만 어제 오늘 이틀 동안 지수가 너무 빠지니까 정신이 없다"며 "주가 하락을 보전하기 위한 '물타기'매수에 들어가고 싶어도 장이 어떻게 될지 몰라 겁이 난다"고 말했다.

회사원 유모씨(32)도 "상당액을 주식에 투자해 놓은 상태인데 갑작스런 급락에 매도 타이밍을 놓쳐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제에 이어 오늘 또 폭락해 머리가 멍하다"고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일부 고객은 "올초 코스피지수가 하락 조짐을 보일 때 펀드를 환매하려고 했는데 왜 막았었느냐"며 직원에게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증권사와 은행 영업점 직원들은 펀드 환매 등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성난 전화에 대응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야 했다.그나마 마감시간 가까이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지수가 1600을 지키며 투자자들을 달랠 수 있었다.

하나대투증권 이유신 신림역 지점장은 "아침부터 연로한 할머니 고객이 지점을 방문해 환매를 요구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치러야 했다"며 "환매를 요구하는 전화 문의도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까진 대부분 직원들의 말을 듣고 보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우리은행 박승안 역삼투체어스 PB팀장은 "이틀 연속 증시가 급락하자 자신의 펀드 수익률을 알려달라는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며 "국내펀드와는 달리 증시 상황을 매일 피부로 느낄 수 없는 해외펀드의 경우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기업은행 강우신 분당파크뷰점 PB팀장은 "환매를 참고 꿋꿋히 버텨주는 고객들에게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이 같은 시장 분위기가 계속될지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기관투자가들은 의외로 담담한 눈초리다.KTB자산운용 최민재 주식운용팀장은 "시장 상황이 안좋은건 사실이지만 기존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낙폭이 큰 주식 가운데 올해 1∼2분기에 실적에 문제가 없는 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사들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내외에셋투자자문 관계자도 "일단 지켜보고 있지만 주가는 매수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는 지수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택/조재희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