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신차 개발 흐름은 '고연비.경량화'로 요약된다.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기름 값이 비싸지면서 이에 적극 대응하지 않고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시작해 27일까지 계속되는 올해 첫 국제 모터쇼인 '북미 국제 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선 고유가 시대를 이겨나갈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 신차들이 대거 소개돼 주목받고 있다.소형차가 눈에 띄게 많아진 점도 연료 효율이 중시되는 추세를 반영한다.이에 따라 국내외 자동차업계에선 올 한 해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고연비를 실현한 고성능 소형차가 흐름을 주도할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연비 높은 차가 '최고'

GM은 최근 3세대 수소 연료전지차 모델인 '하이드로젠3'에 이어 4세대로 평가받는 '시보레 에퀴녹스'를 선보였다.최고 속도가 시속 165마일(265㎞)로 한 번 충전하면 160마일(257㎞)을 갈 수 있다.연료전지 출력은 93㎾로 100마력의 힘을 내는 전기모터가 결합돼 있다.GM은 에탄올 연료(E85)를 사용할 수 있는 '허머 HX'도 공개했다.한국인 디자이너인 강민영씨가 참여한 모델이다.가솔린 대신 대체 에너지를 주 연료로 쓰는 미래형 자동차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크라이슬러는 △리튬이온 전지를 이용,한 번 충전하면 483㎞를 달릴 수 있는 친환경 차량 '에코보이저' △리튬이온 전지와 디젤엔진을 결합해 연비가 무려 ℓ당 46.4㎞인 '지프 레니게이드' △한 번 충전에 402km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차 '다지 제오' 등을 내놨다.현실화된 고유가 시대를 헤쳐갈 차세대 모델들이다.

포드는 기존 중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익스플로러'보다 연비가 20∼30% 향상된 '익스플로러 아메리카'를 선보였고 랜드로버는 환경 친화적 기술과 함께 40% 경량화를 실현한 3도어 콤팩트 SUV 'LRX'를 공개했다.혼다의 경우 인기 차종인 '시빅 하이브리드'를 전시했다.1ℓ의 휘발유로 23.2km를 달릴 수 있는 차다.1.3ℓ 94마력 i-VTEC 엔진과 통합 모터보조장치(IMA)가 결합돼 있다.

BMW는 휘발유와 전기를 결합한 동력시스템을 갖춘 'X6 액티브 하이브리드'와 수소 연료전지로 운행하는 '하이드로겐 7' 등을 내놨다.최고급 브랜드 업체도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자동차기술 개발에 끝없이 공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더 작게… 더 작게'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대형차 판매는 10.5%,중형차는 2.8% 각각 감소했다.하지만 소형차 시장은 되레 0.6% 성장했다.고유가에다 경기 위축으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작은 차를 많이 찾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도 타타자동차는 최근 2500달러(240만원)짜리 글로벌 경차를 내놔 주위를 놀라게 했고 GM.도요타.현대차 등도 경승용차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는 등 글로벌 경차 전쟁이 시작될 조짐이다.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졌다.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부터 북미시장에 본격 시판키로 한 자사의 인기 경차 모델인 '스마트'를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특히 미국에서 판매될 '스마트 포 투(Smart For two)'는 벌써 3만여 대의 예약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다.기존 유럽형 스마트보다 7.5인치(19㎝) 정도 커졌다.가격은 1만2000달러 선이다.

GM은 GM대우가 생산할 예정인 글로벌 경차 '비트'를 전시했다.마티즈의 후속 모델로 미국 시장에선 내년께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GM은 이 밖에 폰티악 바이브,새턴 아스트라와 같은 소형차를 전면에 내세웠다. 포드는 문짝이 4개인 소형차 '버브(Verve)'를 공개했다.포드가 세계 소형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승용차다.넓은 실내 공간과 젊은층을 겨냥한 실내 인테리어가 돋보인다는 평가다.중국의 탕후아자동차는 소형 전기차 3종 세트를 내놨다.짙은 노란 색의 깜찍한 외양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