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1일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인근 창고를 압수수색 해 수천점 규모의 미술품이 보관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11월 “이건희 회장 일가가 비자금으로 거액의 미술품을 구입했다”며 제기한 의혹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조준웅 특검팀은 이날 오후 3시50분께부터 삼성생명 애완견학교 인근 창고와 삼성화재 교통박물관 등에 대해 압수수색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소장 미술품 규모가 워낙 방대해 특검팀은 이날 압수수색을 모두 마치지 못하고 수사관 일부를 현장에 남긴채 22일 새벽 1시께 철수했다.

특검팀은 22일에 다시 창고 등에 대해 압수수색 작업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특검측은 대규모의 미술품을 확인했으나 아직까지는 삼성측이 비자금으로 사들였다고 김 변호사가 주장한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의 존재는 확인하지 못했다.

삼성그룹 측 이완수 변호사는 “특검이 압수수색 한 미술품 창고는 비밀 창고가 아니라 원래 미술품과 도자기 등 예술 작품을 적절히 보관하기 위한 용도로 만든 정식 수장고”라며 “이 수장고에는 고 이병철 회장 때부터 수집해온 삼성 문화재단 소유의 미술품 등이 보관돼 있지만 ‘행복한 눈물’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특검팀은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58)을 소환 조사했다.

특검팀은 삼성그룹의 차명계좌 개설경위와 운영·관리 실태를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사장은 이른바 ‘차명 의심 계좌’에 명의를 제공해 줬을 뿐만 아니라 직접 계좌의 개설 및 자금 운용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배 사장은 81년부터 10여년간 그룹 비서실(현 전략기획실) 재무팀에서 근무했고 1992~2001년 삼성생명 경영지원 담당 이사 및 자산운용본부 부사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그룹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통한다.

특검팀은 삼성증권 실무자 3명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삼성증권은 그룹 금융계열사로 그룹 비자금 차명계좌를 실질적으로 운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박민제/오진우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