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바젤Ⅱ(신BIS비율) 적용으로 은행들이 일제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데 비해 저축은행들은 중기 대상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21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이 저축은행으로 발길을 돌리자 저축은행들은 기민하게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대출 영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영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마땅한 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한 대형 저축은행들로선 중기 대출사업을 강화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전담 부서 설치.인재 영입

HK저축은행은 작년 기업금융 부서를 신설한 뒤 HSBC은행에서 중소기업본부장을 지낸 전윤성씨를 전무로 영입했다.

올 들어서도 시중은행 및 증권사에서 20여명의 기업금융 담당자들을 스카우트했다.

이 은행은 중소기업 심사 능력을 강화한 만큼 앞으로 성장성이 뛰어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을 강화할 방침이다.

전 전무는 "성장 가능성은 높으나 추가로 대출받을 담보 여력이 없는 기업들에 후순위나 신용으로 대출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기업금융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진흥.경기 저축은행은 은행과의 거래가 여의치 않은 중소기업을 찾아내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시중은행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중기 관련 정보를 얻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도 "거점별로 확보한 은행 거래 중소기업들의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중소기업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은행 바젤Ⅱ는 기회

지난해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중기 대출 영업에 나서면서 저축은행들은 PF를 제외한 기업금융 분야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 결과 작년 371조원 규모였던 중기 대출의 85% 이상을 시중은행이 차지했다.

하지만 바젤Ⅱ가 도입되고 은행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은행들은 올 들어 중소기업들의 돈줄을 조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은행 지점에서는 중기에 대한 우대금리를 없애고 한도를 낮추는 등 빡빡하게 대출을 운용하고 있다.

바젤Ⅱ는 똑같은 담보물을 가진 중소기업이라도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금리가 많이 다르게 적용되고 대출 한도도 조정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바젤Ⅱ를 적용받지 않는 저축은행들은 담보가 우량하지만 재무 구조가 취약하거나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충분히 빌리지 못한 기업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여신심사 역량이 관건

전문가들은 저축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시장을 성공적으로 파고 들기 위해선 금리를 낮추고 여신심사 능력을 기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담보 대출 금리가 연 8%인 데 반해 저축은행의 금리는 평균 11~12%대에 이른다.

시중은행과의 운용 금리 격차를 2% 이내로 낮추려면 현재 7%대에 이르는 조달금리를 낮춰야 한다.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여신심사 능력도 키워야 한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은 과거의 PF와 같이 고수익을 보장하는 대출 기회가 앞으로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이익률은 높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건전한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해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