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중국 방문 일정을 끝내고 인도로 떠난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중국 국부펀드에 대한 구애를 서슴지 않았다.

2000억달러를 굴리는 중국투자공사(CIC)의 해외 거점으로 런던을 선택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브라운 총리의 행보는 CIC를 비롯한 차이나 달러가 세계 금융시장의 큰 축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9월 출범한 CIC는 이미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 30억달러를,모건스탠리에 50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런 차이나 달러의 행보에 최근 브레이크가 걸렸다.

중국 국책은행인 국가개발은행이 씨티은행에 20억달러를 투자하려 했지만 중국 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아 무산된 것.이 소식이 전해진 지난 15일 한국투자공사(KIC)는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해 대조를 이뤘다.

중국 경제 전문 잡지 재경이 21일 보도한 국가개발은행의 씨티은행 투자 보류 사연이 주목을 끈다.국가개발은행은 이미 작년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에 15억파운드를 투자했는데 장부가로 30% 이상 손실이 난 상태여서 중국 지도부가 투자 승인을 내 주지 않았다는 것.재정부 인민은행 등 중국 지도부는 특히 씨티의 4분기 손실 규모가 예상치의 2배인 98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투자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국가개발은행은 CIC에서 200억달러를 받기로 하는 등 막대한 실탄을 갖고 있지만 중국 지도부는 투자 위험을 우려해 일단 브레이크를 밟은 것이다.

같은 시점에 메릴린치에 투자키로 한 KIC의 결정이 오버랩된다.당장 메릴린치의 주가가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투자 결정의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손성원 전 LA한미은행장은 "월가 금융회사에 대한 자본 참여는 100년 만에 올까 말까한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KIC는 마라톤에 참가한 선수처럼 길게 보고 달려야 하는 조직이다. 또 다른 투자 기회를 찾아야 하지만 리스크 관리 능력을 키우고 때로는 속도 조절을 하는 노련함도 배워야 한다.그런 면에서 중국 국가개발은행의 투자 보류 결정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

오광진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