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700선 붕괴의 위기에서 벗어나 '깜짝' 반등했다.

18일 코스피지수는 1684포인트까지 밀렸으나 기관투자가와 개인의 저가매수에 힘입어 상승 반전했다.이번 주를 고비로 미국 금융주 실적발표가 마무리되는 데다 18일(이하 현지시간) 예상되는 미국의 경기부양책 발표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난 덕분이다.'이제 한 고비는 넘긴 게 아니냐'는 심리가 확산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단기 낙폭이 지나친 상황에서 최악을 넘긴 데 대한 '안도 랠리'가 좀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그러나 이를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의 복귀로 보는 건 이르다는 지적이다.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꾸준히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관ㆍ개인 뒷심 "고비 넘겼지만…'
◆변동폭 50포인트 롤러코스터

이날 증시는 시작부터 불안했다.미국 메릴린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사상 최악의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다우지수가 2% 이상 급락했기 때문이다.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도 사태의 심각성만 재확인하는 정도여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코스피지수는 일찌감치 1680선대로 주저앉았다.포스코는 5개월 만에 50만원을 밑돌았고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중국 관련주들이 급락,지수 하락을 주도했다.이들 종목엔 일부 기관의 '로스컷'(손절매) 물량마저 쏟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관과 개인이 뒷심을 발휘하면서 극적인 지수 흐름을 연출했다.미국이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것을 비롯해 경기 침체를 타파하기 위한 전세계적인 공조 확산에 대한 기대감도 살아났다.곳곳에서 '굿 뉴스'가 들려왔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부양책으로 납세자 1인당 수백달러의 세금을 돌려받고 기업은 설비 투자시 공제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증시 개입설에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유연한 통화정책' 발언 등도 더해졌다.일본과 대만 증시의 상승 반전 속에 코스피지수도 저점 대비 50포인트 이상 오른 1734.72에 장을 마쳤다.
기관ㆍ개인 뒷심 "고비 넘겼지만…'
◆'안도 랠리' 기대감 살아난다

돌발 악재가 나오지 않는 한 시장이 최악은 벗어났다는 데 공감하는 분위기다.오는 22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으나 영향력이 씨티그룹이나 메릴린치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이 크게 빠진 것이 가장 큰 호재요인으로 꼽힌다.강성모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상무는 "작년 11월 고점 대비 17% 하락했다"며 "2004년 이후 상승국면에서 단기 하락률은 최대 20% 내외였다"고 강조했다.그는 "지난 4년간 전년도 지수의 평균이 다음 해 지수 범위의 하단이었다"며 "올해의 경우 1700선으로 이날 의미있는 저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1차적으로는 1800선까지 반등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대표적 비관론자인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하락추세 속에서 반등하는 '베어마켓 랠리'로 보이지만 직전 지지선으로 매물대가 두터운 1800선까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승 추세로 복귀하는 데는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다.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지수(폭) 조정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기간 조정이 남아 있다"며 "2003년 4월 이후 4년 이상 상승에 대한 조정이 두 달반이면 너무 짧다"고 말했다.또 미국 경기의 바닥 확인이나 중국 경기선행지수 반등 등 불확실한 요인이 여전한 것도 문제다.강 상무는 유망업종에 대해 "IT(정보기술)업종이 상대적인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업종대표주 중심의 균형적인 접근"을 권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