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브라운관 혹은 스크린에서 먼저 인기를 얻은 연예인이 뮤지컬 무대에 진출해 스타 파워를 떨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이미 옥주현 앤디 이현우 김태우 손호영 등이 무대에 오르거나 맹연습 중이며,올해는 이효리 하희라 등의 빅스타도 거명되고 있다.스타 마케팅이 일반화된 요즘,새로운 마케팅 기법이 도입될 예정이다.바로 오디션 방식과 TV 리얼리티쇼를 결합한 이른바 서바이벌식 공개 오디션이다.

미국에서는 2003년 '아메리칸 아이돌' 시즌 2편에 나왔던 프렌치 데이비스가 브로드웨이의 '렌트'에 출연했고,다이애나 디가르모는 '헤어스프레이'에 등장했다.뮤지컬 영화 '드림걸즈'에서 흑인 여가수들이라면 일생에 한번쯤 꿈꾸는 배역 중의 하나인 에피역을 맡은 제니퍼 허드슨 역시 같은 프로그램 출신.

아예 영국에서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여주인공인 마리아역 배우를 BBC방송에서 리얼리티쇼 포맷으로 공개 오디션을 통해 무명의 코니 피셔(사진)를 선발,현재 웨스트 엔드에서 티켓 판매 1위를 달리는 흥행을 기록 중이다.그 일등공신은 작품의 완성도겠지만 마리아를 뽑는 과정에서 작품 홍보가 충분히 이뤄졌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우리나라에서도 올해 '마이 페어 레이디''재너두' 등의 라이선스 뮤지컬에서 이러한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리얼리티쇼는 신자유주의 시대 무한경쟁의 압축판이다.오디션 방식의 리얼리티쇼 역시 앞으로도 계속 뮤지컬계에 신인 배우를 제공하는 또 다른 창구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그 과정은 스타 마케팅의 새로운 형태라고 할 수 있다.오늘날 리얼리티쇼가 전 세계 TV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은 뮤지컬의 절대적인 홍보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뽑힌 배우들이 과연 뮤지컬계의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느냐는 점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미국의 NBC는 '그리스' 오디션을 리얼리티쇼로 만들었으나 오히려 실제 공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심사위원들이 시청자가 선택한 배우 대신 다른 인물을 주인공으로 뽑자 공연의 흥행이 기대 이하로 떨어진 것. 전문가들은 이 결과를 두고 사람들이 후보자를 볼 때 관객의 입장이 아니라 철저히 시청자 눈으로 쇼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부각시키는 인물에 더 관심을 뒀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공개 오디션 형 리얼리티쇼가 세계적 추세라곤 하지만 우리도 자칫 '그리스'처럼 배우만 얻고 뮤지컬은 잃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결국은 연출가들이 보는 배우의 자질과 대중의 입맛 사이 접점을 찾느냐가 관건이다.

조용신.공연 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