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문 분야가 있지만 창조성을 연구하는 분야만큼 힘든 것도 없다.도대체 창조성이라는 것이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창조성은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사고구조에 있는지,사람의 성격 같은 특성에 있는지부터 혼돈스럽다.창조 행위의 주체가 누구인가도 혼돈스러운 문제다.개인이 주체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들이 모인 집단인지 아니면 더 크게 보아 조직이 되어야 하는지도 제대로 정의되지 않고 있다.

이런 혼돈 속에서 '그룹 지니어스'(키스 소여 지음,이호준 옮김,북섬)의 저자는 두 가지 주장을 펴고 있다.먼저 창조적 사고의 특성에 관한 것이다.그는 창조성이 계획이나 설계적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창조적 사고는 즉흥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불현듯 떠오르는 그 무엇에 의해 창조는 이루어진다.

두 번째 주장은 창조를 개인의 관점으로 국한시키지 말자는 것이다.창조는 분명 개인의 머릿속에서 출발한다.하지만 창조의 단위를 개인으로 국한하는 것은 부적합하다.이제 탁월한 한두 명의 천재가 세상을 이끄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 이유다.그 증거로 금세기 이래 이루어진 많은 창조적 결과물이 여러 사람의 집단적 노력에서 이루어졌음을 들고 있다.

이 두 가지 생각을 종합해보면 이렇다.미래의 창조성은 개인이 아닌 다수가 협력하는 가운데서 발현되며,이때의 중요한 사고체계는 즉흥적이며 우연적이라는 것이다.즉흥성과 우연성은 자유로운 개인의 사고와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환경에서 만들어진다.

재즈 밴드와 사물패가 좋은 예다.대본 없이 공연하고 관객의 신명에 따라 레퍼토리를 바꿔가는 이들이야말로 가장 창조적인 집단이다.이제 조직은 재즈 연주자나 사물패처럼 예기치 못한 변화 속에서 창조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그리하여 새로운 통찰력을 발견하고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저자는 즉흥성과 협력이 창조성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이는 우리의 생각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목표를 정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사고구조로는 저자가 말하는 창조적 행위를 할 수 없다.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하고 즉흥적인 생각이 표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철저히 협력적 관점에서 움직여야 한다.조직 내의 다른 구성원들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이 분수처럼 분출되도록 하여 핵심을 결집시키는 것이 창조성의 힘이기 때문이다.이러한 상태가 된 집단을 저자는 '그룹 지니어스(Group Genius)'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은 매우 학문적인 논리와 체계로 쓰였다.수필이나 소설처럼 부드럽지는 않지만 꼭 한 번 읽어볼 것을 권한다.특히 팀이나 조직 단위로 사고하려는 사람들의 필독서다.창조성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앞으로의 대처 방안을 그려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되기 때문이다.328쪽,1만8000원.

이홍 광운대 경영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