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본격적인 성장 궤도로 진입하기 위한 시험대에 서 있다."

구본무 LG 회장의 2008년 신년사에는 지난해 주력 계열사들이 낸 성과를 올해도 이어가는 한편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찾아야 한다는 조바심이 묻어난다.지난해가 그동안 어려움을 겪던 그룹이 제 모습을 찾는 한 해였다면,올해는 그룹의 외형을 키워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가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마침 기업들이 마음껏 활개를 펼 수 있는 기업친화적 정부가 출범하게 돼 LG의 새로운 비상(飛上) 움직임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이를 반영하듯 구 회장은 "새해에는 투자를 늘리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고 말했다.지난해보다 2조원 늘어난 10조원의 투자계획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고의 고객가치 창출

사실 LG그룹은 지난 한 해 농사를 꽤 괜찮게 지었다.LG전자,LG필립스LCD,LG화학 등 주력 3개사가 모두 만족할 만한 실적을 기록했고 이런 실적 호조세는 올 1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구 회장과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는 눈치다.구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가치 창출을 위한 역량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과는 여전히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남용 LG전자 부회장도 최근 기자와 만나 "고객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제품 개발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지난해에 낸 좋은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는 근본적인 경쟁력 향상에 매진할 태세다.구본무 회장이 꾸준히 강조해온 '고객가치 창출' 역량이 그 핵심이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초콜릿폰,샤인폰 등 몇 개의 히트 제품을 통해 실적 턴어라운드를 달성했지만 올해는 풍부한 제품 라인업과 마케팅 역량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전자업체로 성장한다는 구상이다.LG필립스LCD의 경우도 지난해 실적 호황에 힘입어 극적인 흑자전환을 이뤄냈다면 올해는 내년도에 찾아올 시황 악화에 대비해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LG화학으로서는 지난해 합병한 LG석유화학과의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고 정보전자소재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게 올해의 최대 과제다.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통신3사는 통화품질 개선,데이터 서비스 역량 강화,트리플 플레이 서비스(TPS)를 통한 가입자 확대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향후 10년을 위한 준비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가가 앞으로의 10년을 좌우한다."

구 회장은 최근 미래에 대한 준비를 더욱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그는 "지난 수년간의 노력에도 미래를 향한 우리의 발걸음은 여전히 더디다"며 "눈 앞에 놓인 과제 해결에 몰두한 나머지 미래를 선도하기 위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올해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는 일에 어느 해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이미 가시화돼 있는 LG그룹의 신성장 동력은 태양광 사업이다.지난해 설립한 LG솔라에너지가 태양광 발전소 설립 및 운영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LG전자,LG화학 등 각 계열사가 태양전지 및 모듈사업을 전개해 태양광 관련 산업의 모든 가치사슬(Value Chain)에 뛰어들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한다는 게 LG의 구상이다.아직은 구상에 머물러 있는 이 사업이 올해는 어떤 형태로든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LG는 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와 창조적 조직문화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 같은 '경영 자원(business resource)'을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