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쟁에서 승리해 전리품을 얻어와야 합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전 계열사에 방영된 사내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글로벌 경영의 가시적 성과를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올해는 말이 아닌,직접적인 글로벌 성과를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 회장은 또 방송을 통해 "지난해까지 글로벌경영의 기반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며 "올해부터는 피부로 느껴지는,그리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그동안 양적인 부문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중국사업 등 글로벌 경영에서는 아직 기대만큼 성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는 글로벌 성과 창출의 해

최 회장의 성과에 대한 목마름은 SK의 미래와 직결된다.글로벌 성과를 창출해야만 SK의 5년 후,그리고 10년 후를 보장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따라서 SK는 올해를 그룹 차원의 '신성장 동력 확보의 해'로 규정했다.

우선 SK에너지는 올해 전세계 15개국,27개 광구에서 생산 및 탐사활동을 진행해 '무자원 산유국' 비전을 현실화한다는 방침이다.SK에너지는 또 수소스테이션,2차 전지 등 대체 에너지 사업에도 참여하며 '포스트 석유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SK의 하루 원유.가스생산량도 국내 자주 생산량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만배럴 이상으로 유지키로 했다.SK네트웍스 역시 중국 아연 탐사사업,우즈베키스탄 금광 탐사사업에 지분 투자 방식으로 참여하는 등 해외자원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SK는 아울러 SK텔레콤과 SK커뮤니케이션즈를 중심으로 콘텐츠 사업을 새로운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로 키워나갈 계획이다.최근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한 SK텔레콤은 올해에도 국내.외 기업 M&A(인수.합병)에 공을 들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SK는 지주회사 전환을 계기로 주력 계열사의 수익구조도 모두 재편했다.글로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기업 내 사업영역별 '세대 교체'에 나선 것.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주요 3개 계열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통적인 사업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석유(정제)=SK에너지','휴대통화=SK텔레콤','무역=SK네트웍스'라는 기존 등식이 깨지면서 성장을 이끄는 신성장 동력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SK는 이 같은 성장 로드맵 수행을 위해 지난해 말 삼성식 '무한도전 시스템'을 도입했다.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SK의 주력 3개사가 삼성전자식 '사내 독립기업제'를 전격 도입해 주목받았다.각 사업부문이 'CIC(Company in Company)'라는 이름으로 별개의 회사처럼 운영되는 방식이다.회사 전체의 흑자나 적자를 따지는 게 아니라 CIC별 경영성과를 따로 판단해 내부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공격 투자로 제 3창업 마무리

SK는 올해 창립 55주년을 맞는 동시에 최 회장이 그룹을 이끌어온 지 10년째 되는 해다.그룹의 새로운 도약과 변혁을 위한 전환점이 되는 시점이라는 얘기다.이를 위해 SK는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키로 했다.SK는 올해 총 8조원을 투자하고,수출 30조원을 포함해 매출 82조원을 달성키로 했다.지난해보다 14.3% 늘어난 투자자금은 신성장동력을 찾는 연구개발(R&D)분야에 1조1000억원,해외자원 개발 및 정보통신분야에 6조9000억원이 각각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수출 목표는 매출의 36.6%인 30조원으로 2004년 16조원에서 2배 가까이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SK에너지,SK케미칼,SKC,SK인천정유 등 제조업 계열의 수출 비중이 2년 연속 50%를 넘는 등 주요 계열사들이 수출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