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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미래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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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훈(成 明 勳) <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 mwsung@snu.ac.kr >

    지난 연말 대통령 선거 이후 새 정부의 순조로운 출발을 위해 국정 전반에 걸친 점검 작업이 한창이다.새로운 미래를 위한 정책 변화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다.

    지난 30여년간 우리나라 발전을 주도해 온 대표적인 분야를 살펴보면 1970년대의 중화학공업,1980~90년대의 건설ㆍ토목산업,그리고 최근 10여년간 정보기술(IT)산업이 기여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렇다면 이제 우리나라의 발전을 주도해 갈 차세대 산업은 무엇일까.

    참여정부는 지난 몇년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생명공학(BT)과 의료분야를 중시하고 그 발전에 노력해 왔다.그러나 의욕적으로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구성됐음에도 '의료는 산업이 아니다'란 주장에 부딪쳐 적극적인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 배경에는 '의료산업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의료산업화'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는 이유는 '의료산업=병원'이란 단순등식과 '병원'은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 되며,사회적으로 약자인 환자들의 '평등권''건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산업'은 병원에서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 이외에 의료물류,의료정보관리,의료지식산업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산업이며,우리나라가 국제적 수준에서 앞서 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객관적 증거들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최근 발표된 'OECD 헬스데이터 2007' 보고에 따르면,2005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평균 국민의료비는 9%였고,미국은 15%,한국은 6%를 지출해 최하위를 기록했다.하지만 건강 수준에서는 24개 OECD 국가 중 미국이 23위인 반면 우리나라는 3위로,가장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나라로 평가됐다.즉,우리의 의료서비스는 엄청난 효율성과 생산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들이 생명공학ㆍ의료부문에 들어오고 있다.이는 의료산업의 경쟁력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하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다.

    그러나 우수한 인적 자원과 효율적인 의료서비스 시스템을 갖춘 우리의 의료산업이 국제적인 경쟁에서 한 발 앞서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의료산업 환경 조성이 불가피하다.앞으로 20년간 국가 발전을 주도하는 산업분야 중 하나로 의료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의료정책을 새 정부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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