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침체에 中 긴축 강화] 글로벌 경제 '더블 트러블' 위기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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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 곡물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의 운임을 나타내는 BDI(Baltic Dry Index)지수는 지난 14일 7654로 전날보다 4.6% 폭락했다.1989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이날 중국의 지난해 12월 수출증가율이 21.7%로 전년 12월보다 1.1%포인트 감소했다는 발표가 있었다.2005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낮은 수출 증가율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수출감소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게 확인되면서 국제 해운운임이 대폭락했다"고 보도했다.작년 10월10일 10000선을 돌파했던 BDI지수는 공교롭게도 중국이 대출규제에 나서는 등 긴축을 강화하면서 급락하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중국의 긴축 정책이 세계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특히 미국의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빠져드는 상황이어서 세계경제는 잔뜩 위축된 상태다.
왕밍춘 홍콩 리먼브러더스 연구원은 "미국 경기 둔화에 이어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이 동시에 약해지는 '더블 트러블(double trouble)'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미 국제 경제기관들은 미국과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세계은행은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작년보다 0.3%포인트 낮췄다.중국 사회과학원은 중국 경제가 7년간 지속해오던 성장세를 마감하고 올해 10.2%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골드만삭스도 당초 10.3%에서 10.0%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인플레를 감안할 때 긴축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다.물가급등→인건비 등 생산코스트 상승→경쟁력 약화의 수순을 밟지 않기 위해선 치솟기만 하는 물가를 잡는 게 발등의 불이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6%로 작년 초 2%대에서 급등했다.정부가 6차례의 금리인상과 10차례의 은행 지불준비율 상향 조정도 모자라 은행별로 대출쿼터를 부여하며 시중 돈의 총량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의 긴축이 미국의 경기를 더욱 침체시키는 등 세계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긴축정책은 필연적으로 위안화의 평가절상 속도를 더욱 빠르게 만들 게 분명하다.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빨라진다면 중국의 수출품 가격이 상승한다.미국 등 세계 각국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제 성장이 주춤해지면 수출 주도의 중국 경제 역시 타격을 입는다.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의 침체는 유럽 등 다른 지역 경기에도 찬바람을 불러일으키게 된다.블룸버그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감소할 경우 중국의 수출은 4%포인트 줄어들고 GDP도 0.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자칫 지나친 긴축 정책을 강행할 경우 스스로 구조적인 모순에 빠질 공산도 크다.중국의 지난 10년간 고정자산 투자는 평균 25%를 웃돈다.
그만큼 생산설비가 많이 늘어났지만 수출이 감소하면 공급과잉의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2002년 과잉투자로 인한 공급과잉 우려로 발생했던 차이나쇼크가 또다시 일어날 위험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대출규제를 통한 통화 조절과 더불어 수출감소 정책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대출규제는 물가억제와 더불어 '자산버블 리스크'를 줄이려는 게 목적이다.부동산의 경우 매매가격의 80%까지 신용으로 대출받아 거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은행의 부실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 경제의 수출 의존도를 대폭 줄인다는 방침 아래 수출환급금을 잇따라 철폐하는 등 다양한 수출감소 정책을 펴고 있다.지나친 무역흑자가 위안화의 절상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수출감소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홍콩 스탠다드차타드 스테판 그린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미국이 서로를 지탱해주지 못하고 함께 무너지고 있는 느낌"이라며 "특히 중국의 경우 긴축의 속도 조절에 실패한다면 세계경제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