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초대 총리 인선 기준이 '글로벌 마인드+자원외교형'으로 압축됐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총리 인선과 관련해 △정치적 고려나 총선을 염두에 두지 않고 △세계시장을 다니면서 자원외교 등에서 할 일이 많을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독자적인 역할을 하는 총리가 지명될 것이라고 밝혔다.또 "오로지 일 자체를 위해 인선이 되고 임명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지금까지 '정무형' 내지 '실무형' 총리론이 경합을 벌이던 상황에서 이 당선인이 직접 총리 역할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새 총리 인선 기준에 따르면 이 당선인은 국제적 마인드,전문성,업무 추진력 등을 골고루 갖춘 '외교형 실용총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특히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초대 총리는 영어를 기본으로 외교와 경제 실력을 두루 갖춘 인물 가운데 발탁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는 이 당선인과 손발을 맞춰 해외투자유치 등에 직접 나서는 것은 물론 '코리아 세일즈외교'의 전후방 지원이 가능한 총리감이라는 얘기다.

이 경우 지금까지 4ㆍ9총선 등 국내정치 상황에 맞물려 거론됐던 박근혜 전 대표,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이원종 전 충북지사 등은 자연스레 후보군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총선을 염두에 두지 않겠다'고 한 만큼 충청권 표심을 고려한 지역배려 차원의 '정치적' 총리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인수위 안팎에선 총리 후보로 한승수 유엔 기후변화특사,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 등 두 사람을 우선순위에 올리고 있다.

한 특사는 대통령 비서실장과 주미대사,상공부장관,외교부장관 등 풍부한 국정 경험을 자랑한다.특히 유엔총회 의장을 역임하면서 폭넓은 국제 인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 총장서리 역시 외교부장관,주미대사를 지내는 등 외교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다만 해외 경제 인맥이 적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일각에선 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에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거쳐 대교협 회장을 맡고 있는 손병두 서강대 총장의 기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만 본인이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 해외유학파 출신의 이경숙 인수위원장,안병만 전 외대 총장 등도 거론되지만 '자원외교형' 총리감으로는 다소 미진하다는 평가다.

한편 이 당선인은 이날 회견에서 "4월 총선이 있기 때문에 국회의원은 내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 당선인은 "차관도 전문직이 임명돼 부처가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