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독 김지훈씨 '늘근도둑 이야기'로 첫 무대
배우 임철형씨는 '이블 데드' … 극작가 위기훈씨도

주목받는 신인 연출가 세명이 코믹극으로 무대에 데뷔한다.

영화 '화려한 휴가'로 유명한 김지훈 감독은 연극 '늘근도둑 이야기'로,감초같은 조연으로 유명한 배우 임철형씨는 뮤지컬 '이블데드'로 공연을 이끈다.사회 풍자적인 시나리오로 주목받은 극작가 위기훈씨는 자신이 대본을 쓴 연극 '무모한 이학순씨'를 연출한다.

세 작품 모두 코믹극이지만 각기 블랙코미디,시사풍자,컬트 등 특색있는 요소를 갖고 있어 연출가들이 극의 특징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에 따라 흥행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늘근도둑 이야기'의 김지훈씨=초파일 특사로 출소한 두 늙은 도둑이 '한탕'을 위해 세계적인 현대미술품들이 소장된 '그분'의 미술관에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1989년에 초연돼 권력자들의 위선을 풍자한 작품.

김씨는 이번 극을 '은유'와 '직유'의 화법으로 그린다.직설화법으로 사회 부조리를 까발릴 수 있게 된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해서다.원작을 살리면서도 지난해 '신정아 사건''BBK 주가조작사건''국세청장 뇌물 사건' 등 시의적인 이야기를 가미해 관객들의 공감대를 넓힌다.3월9일까지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

◆뮤지컬 '이블데드'의 임철형씨=코믹 호러 뮤지컬인 '이블 데드'는 공연장의 1~3번째 줄까지 무대 위의 피가 튀는 '스플래터존(Splatter Zone)'이기 때문에 객석과 무대 사이에서 극의 중심을 잡아나가는 것이 관건이다.배우 임철형씨는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면서도 순발력있는 재치로 예상 외의 재미를 관객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유명해 이번 극에서 연출가로 발탁됐다.'이블 데드'는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영화 1,2편을 합쳐 뮤지컬로 만든 것.숲 속 오두막에서 묵게 된 대학생 다섯명이 좀비를 피해다니며 겪는 해프닝을 그린다.임씨는 이번 작품 외에도 두 편의 뮤지컬을 더 준비하고 있다.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에서 3월18일~6월15일.

◆'무모한 이학순씨'의 위기훈=위기훈씨는 2001년 삼성문학상 희곡부문에 이어 2002년 연극 '검정 고무신'으로 '한국대표희곡선'에 선정된 희곡 작가.2005년에는 배우 박정자 주연의 '우당탕탕,할머니방'을 썼다.그는 희곡 안에서 웃기면서도 냉혹한 현실을 처절하게 반영한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를 항상 그려왔다.작ㆍ연출을 함께 맡은 이번 연극에서도 동업으로 재산을 다 날려버린 주인공이 보험금을 타기 위해 생명보험에 가입하고 친구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는 웃지 못할 희극 상황을 그렸다.

줄거리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과 비슷하지만 실상은 더 비극적이다.목숨마저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소심하고 나약한 서민의 모습을 포장없이 관객 앞에 던져놓기 때문이다.

위씨는 "앞뒤가 안 맞으면서도 말이 되는 극적 상황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에 극 또한 처절하게 웃기고 그래서 또한 처절하게 슬픈 희비교차극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예술극장 나무와물에서 3월2일까지.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