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인이 초대 총리 인선을 놓고 '낙점의 고통'을 단단히 겪고 있다.

서울 통의동 집무실 책상에 후보군 명단이 쌓여있지만 최종 결단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측근들은 "국정운영 컨셉트에 맞는 최상의 파트너가 누구인지,국민에게 첫 이미지를 어떻게 좋게 전달할지를 깊이 고심 중"이라며 "'화룡점정의 산고(産苦)'가 조금 더 길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인수위 핵심인사는 13일 "내일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발표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핵심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이제는 3배수 명단으로 검증을 해야 할 때"라며 결단이 임박했음을 시사했지만,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현재로선 3배수라는 말이 의미가 없다.

당선인이 압축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수차례에 걸쳐 이 당선인의 국정구상에 따라,또 총리후보의 스타일에 따라 몇 명으로 압축됐다가 다시 다른 후보가 추가되는 상황이라고 주 대변인은 설명했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측근들은 정권 초반임을 감안해 '정치적 안정형', 총선에서의 과반 획득을 위한 충청권 인사 등을 고려했는데,'실무형'을 주장하는 이 당선인의 주장과 맞부딪쳤다"며 "지금은 실무형이면서 국민적 이미지가 좋은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사람 찾기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현재 당선인 책상에 놓여진 후보군 명단은 손병두 서강대 총장,이경숙 인수위원장,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와 함께 안병만 전 외대총장,이원종 전 충북지사 등이다.최근에는 이들 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처조카 사위로 민정당.신한국당 의원을 지낸 한승수 전 외교부 장관도 신상명세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도 아직 완전히 죽은 카드는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측근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르면 이번 주 중반께 복수의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작업이 시작되고, 2~3명을 추려 개인신상정보 열람 동의를 구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