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리더십 과잉'이라고 해도 과히 틀리지 않을 세상을 살고 있다.어디나 위대한 인물의 리더십 이야기이고 서점에는 리더십 관련서가 넘쳐난다.심지어 역사의 대중적인 담론도 리더십으로 풀어낸 것이 아니면 눈길을 끌지 못한다.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은 리더십으로 더 빛나는 인물이었고 광개토대왕 역시 그러하니 조만간 '단군의 리더십'이란 것도 기대해볼 일이다.

과연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된 학문 분야로 빠르게 발달한 경영학이 리더십에 주목한 이래 그 본질을 놓고 수많은 학자가 책을 쓰고 의견을 내놨다.그러나 세상이 복잡해지고 시장이 복잡해지고 조직이 복잡해지면서 리더십 개념은 명료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진 것이 현실이다.

'그레이트 리더십'(안토니 벨 지음,박수철 옮김,거름)은 이런 천인만변(千人萬變)의 리더십에 '그렇고 그런 하나'를 더 보태자는 것이 아니다.'상황이 달라지면 리더십도 달라진다'는 역사적 맥락을 강조함으로써 현실에 필요한 리더십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안목을 제시한다.

짐 콜린스나 피터 드러커,톰 피터스,잭 웰치 같은 대가들처럼 사회와 조직의 상황 분석과 비전,능력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리더십의 진수이며 이 책의 부제처럼 '좋은 리더에서 위대한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열린다고 한다.

저자는 리더십을 세 가지 차원,즉 운영적 리더십,조직적 리더십,인력적 리더십으로 정의한 다음 리더십의 내용과 주체의 변천을 미국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이에 따르면 건국 이래 '권위를 지닌 행복한 공복'이라는 리더십 시대는 20세기 들면서 종말을 고하고 복잡한 조직을 '경영'하기 위한 운영적 리더십과 중간관리자 시대를 맞는다.경제력이 커지고 거대 규모의 기업이 잇따라 탄생한 데 따른 것이다.

비전이란 개념은 필요없고 운영만 하면 되는 행복한 시절은 전후 일본과 유럽의 '전략적' 성장에 직면한다.'경영자는 넘쳐나도 리더는 부족하다'는 비판 속에 1980년대에는 조직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조직적 리더십과 매력적인 비전을 만들어내고 구성원의 헌신을 이끌어내는 인력적 리더십 개념이 강조된다.'권한 부여'가 화두가 되고 지식노동자 집단의 수평적 조직이 주체가 된다.그러나 능력이 따르지 못한 권한 부여는 자유보다는 좌절에 빠졌고,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적 사고는 공정의 혁신과 정밀성을 강조한다.

이는 곧 1990년대 인력적 리더십의 유행을 낳았다.앞으로는 이 세 차원의 리더십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잘 발휘하는 조직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또 리더의 '성격'과 '능력'이 많은 것을 좌우한다.성격은 용기를 낳고,용기는 능력을 강화하며,능력은 확신을 낳고,확신은 다시 성격을 강화한다.그러므로 정작 위대성에 이르는 길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강화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다.

296쪽,1만2000원.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