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秉錫 < 한국기술교육대 총장 bschung@kut.ac.kr >

외국계 은행 한국지점이 신입사원을 뽑는 면접에서 있었던 일이다.서울의 한 명문대를 나온 입사 지망자들에게 인사담당자가 질문했다."부장이 오후 늦게 야근을 지시했다.당신이 그날 저녁 친구와 약속이 있었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해 보인다.그런데 실제 면접시 반응은 여러 가지였다고 한다.

A;"그 일을 꼭 오늘 해야 하는지 묻고,불가피한 일인지 확인한 후 판단하겠습니다."

B;"그 일을 꼭 내가 해야 하는지,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지 묻겠습니다."

두 사람 다 안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불만을 표시하면서 가급적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은 회사의 갑작스러운 회식 통보에는 잘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지만,회사의 공적인 업무를 위한 야근 명령까지 토를 다는 것은 기성세대로서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다.실제 대기업에서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공과 사는 명백히 구분돼야 하고,사전에 약속이 있다 하더라도 사적인 약속이 공적인 업무에 우선하기는 어렵다.회사에서 갑작스럽게 야근을 명령하는 것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예상하지 못한 일을 불가피하게 처리하자는 데도 불만을 표시한다면 조직의 일원으로서 자세를 갖추고 있는지 판단해 볼 일이다.또 하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설사 개인적인 생각이 다르더라도 자기가 원한 회사의 취업 면접임을 의식하면 답변이 달라질 수 있었을 텐데 일부 학생들은 이것도 제대로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젠가 우리 학교 학생들과 생맥주 마실 때 같은 질문을 던져봤다.그랬더니 대부분의 학생이 "회사일이 우선이므로 아쉽지만 개인 약속을 취소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우리 학교 학생들은 실험♥실습 중심의 교육을 통해 교수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다.이런 과정에서 직업윤리와 과제 수행 중심의 행동이 길러진 게 아닌가 싶다.

어느 대기업 사장은 "대학의 전공교육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을 제대로 시켜 보내 달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인성교육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기업이 교육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인성교육 문제는 공교육만의 책임으로 할 수도 없고,부모와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도 함께 참여해 풀어가야 할 과제다.생각과 행동이 바로 서도록 교육시키지 않고 전문지식이나 영어공부만 시킨다면 제대로 된 인재를 기를 수 없을 것이다.